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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인간과 사랑에 관한 알고리즘 '아임 유어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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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인간과 사랑에 관한 알고리즘 '아임 유어 맨'

    외화 '아임 유어 맨'(감독 마리아 슈라더)

    외화 '아임 유어 맨' 스틸컷. ㈜콘텐츠게이트·㈜라이크콘텐츠 제공외화 '아임 유어 맨' 스틸컷. ㈜콘텐츠게이트·㈜라이크콘텐츠 제공※ 스포일러 주의
     
    인간과 인공지능(AI) 로봇에 대한 존재의 의미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빠질 수 없다. 사랑이란 이른바 인간이 가진 감정 중 가장 복잡하고 인간조차 이해 불가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인간 여성과 로봇 남성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영화가 바로 '아임 유어 맨'이다.
     
    페르가몬 박물관의 고고학자 알마(마렌 에거트)는 연구비 마련을 위해 완벽한 배우자를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이를 통해 알마는 오직 '알마'만을 위해 뛰어난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된 맞춤형 로맨스 파트너 톰(댄 스티븐스)을 만난다.
     
    톰은 사용자 개인 취향에 맞는 외모, 목소리, 억양 등으로 커스텀 디자인된 것에 더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완벽한 파트너에 가까워지는 성장형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알마는 톰과 3주간의 특별한 동거에 들어가며 여러 가지 감정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외화 '아임 유어 맨' 스틸컷. ㈜콘텐츠게이트·㈜라이크콘텐츠 제공외화 '아임 유어 맨' 스틸컷. ㈜콘텐츠게이트·㈜라이크콘텐츠 제공​​​'아임 유어 맨'(감독 마리아 슈라더)은 사랑을 위해 태어난 로봇 톰을 통해 알마가 자신의 견고하다 여겼던 마음속 벽 뒤에 감춰뒀던 감정들을 하나둘 마주하는 내용을 뒤따라간다. 그 와중에 사랑으로 대변되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 감성에 대해 질문하며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인간에 관한 철학적 질문도 함께 던진다.
     
    고대 상형문자를 연구하는 알마는 인간만이 가진 지성과 감성에 대한 믿음과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 사이 경계에 대한 윤리적 물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사랑에 무관심한 듯 보이지만 과거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아 어쩌면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어 한 거였는지 모르는 것 또한 알마다.
     
    이런 알마는 로봇 톰과의 대화와 3주간의 생활이라는 과제를 받았지만, 어쩐지 그가 '로봇'이라는 점에서 꺼려진다. 완벽한 연산을 통해 답을 도출해내고, 알마가 원하는 대답을 내놓는 톰은 인간과 로봇의 경계를 미묘하게 오간다.
     
    로봇 톰이 가진 기계적인 완벽성은 인간인 알마가 추구해 온 완벽성에 조금씩 금을 내기 시작한다. 전 남편에게 생긴 새로운 아내와 그의 임신 소식을 접한 알마는 상실감과 동시에 과거의 상처와 다시금 마주하고, 이어 자신이 3년 동안 모든 걸 바쳐 진행한 연구를 이미 다른 연구팀이 논문으로 발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자괴감에 몸부림친다. 모두 톰과의 생활로 인해 비롯된 감정이자, 그동안 견고하게 쌓아 올려왔던 방어기제들이 톰으로 인해 하나둘씩 무너져 내리며 나타난 결과물이다.
     
    외화 '아임 유어 맨' 스틸컷. ㈜콘텐츠게이트·㈜라이크콘텐츠 제공외화 '아임 유어 맨' 스틸컷. ㈜콘텐츠게이트·㈜라이크콘텐츠 제공​물리적, 수학적으로는 완벽하지만 '인간'으로서는 부족한 톰은 계속해서 알마에게 감정에 관해 묻고, 이를 묻는 과정에서 조금씩 부족한 알고리즘을 쌓아 올린다. 톰은 알마와 달리 처음부터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지한다. 톰에게 부족한 것은 연산과 알고리즘으로만으로는 도출해낼 수 없는 인간적 감정이다. 그중에서도 인간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에게 계속 알고리즘 연산을 거듭하게 만든다.
     
    완전하고자 하는 불완전한 두 존재의 만남에서 알마는 여러 의미의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 감정인 고통과 아픔, 슬픔을 내면 밖으로 터트린다. 톰으로 인해 그 틈이 벌어져 무너져 내렸지만, 결국 모든 걸 완벽하게 알고리즘화하는 로봇과 달리 불완전하지만 인간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내면을 다시 건강하게 쌓아 올린다.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알마가 고대 상형문자를 연구하고 해석한다는 데 있다. 알마의 해석은 단순히 상형문자를 현재의 언어로 옮기는 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인간의 감수성을 연구하는 것이다. 시라는 문자의 배열에서 무엇을 보고 발견할 것인가는 보는 사람의 몫이다. '해석'한다는 것의 의미를 단순 텍스트의 번역에 둘지, 그 안에 심오한 감정까지 읽어내는 것으로 확장할지 말이다.
     
    고대 상형문자 안에서 시를 발견한 알마는 과연 톰의 알고리즘 안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감정이라는 인간의 복잡한 알고리즘 안에서 톰은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감정이라는 복잡미묘한 내면의 작용을 알고리즘 안에 담아낼 수 있을까 등등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또한 톰은 알마의 완벽한 파트너로 설계됐는데, 이는 곧 톰이 알마의 판타지 내지 욕망을 드러내는 집약한 존재의 은유와도 같다. 영화 시작부터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 윤리와 경계를 묻고 의심하며 스스로 되돌아봤던 알마는 끝까지 이러한 질문을 놓지 않는다.
     
    외화 '아임 유어 맨' 스틸컷. ㈜콘텐츠게이트·㈜라이크콘텐츠 제공외화 '아임 유어 맨' 스틸컷. ㈜콘텐츠게이트·㈜라이크콘텐츠 제공그런 의미에서 '아임 유어 맨'은 현실에 발 디딘 어른들을 위한 SF 로맨스이자, 사랑이라는 복잡한 감정에서 시작해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의 감정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철학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견고한 듯 흔들리는, 그리고 톰으로 인해 자신의 감정들을 마주하며 무너지는 모습과 이를 다시 회복해나가는 모습까지 눈빛과 미세한 떨림으로도 표현한 알마 역의 마렌 에거트의 섬세한 연기가 빛을 발한다. 여기에 때로는 인간적이면서도 인간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가끔 코믹한 모습도 보여주는 톰 역의 댄 스티븐스 역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아임 유어 맨'은 AI(인공지능) 로봇과 인간과의 관계, 그리고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 일견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Her)'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점에서 두 영화의 무엇이 비슷하고 무엇이 다른지를 찾아보고 비교해보는 것 또한 이 영화를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다.
     
    107분 상영, 9월 16일 개봉, 15세 관람가.

    외화 '아임 유어 맨' 포스터. ㈜콘텐츠게이트·㈜라이크콘텐츠 제공외화 '아임 유어 맨' 포스터. ㈜콘텐츠게이트·㈜라이크콘텐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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