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KBS 제주방송총국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주 토론회 시작 전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윤석열 후보. 제주도사진기자회 제공국민의힘 대선주자가 4명으로 압축된 이후 물밑에서 드러나던 후보자 간 합종연횡이 13일 제주 합동 토론회를 통해 가시화됐다. 최종 후보 선출까지 앞으로 남은 8번의 토론에서도 후보자 사이 전략적 난타전이 예상된다.
먼저,
윤석열 후보와 원희룡 후보의 토론은 '러닝메이트'를 실감케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론에서 윤 후보는 "대장동 1타 강사 유튜브를 봤다"며 "행정 경험을 하셨기에 설명을 아주 잘 하신다"고 원 후보를 추어올렸다. 또 윤 후보는 원 후보에게 '제주 특별법'에 대한 의견을 구하거나, 제주도의 식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묻는 등 정책 자문을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 후보는
"정확히 말씀해주셨다"며 질문에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또 윤 후보는 "제주도의 부동산 투기를 억제했다는 데, 그런 과정 속 저항이 있지는 않았나, 어떻게 극복했는가"라고 물으며, 비판적인 토론 대신 원 후보가 제주지사 시절 자신의 업적을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직접 문제를 파악하고 양심적 내부 고발자 등과 공조했다'는 취지의 설명이 끝나자 윤 후보는 "법조인들도 알기 쉽지 않은데 정말 재직 기간에 지사로서 공부해 그렇게 대처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칭찬했다.
국민의힘 윤석열·원희룡 대선 경선 후보. 연합뉴스원 후보는 4.3사건에 대한 질의를 제외하고는 모든 토론 시간을 윤 후보의 최대 맞수 홍준표 후보의 공약을 비판하는 데 사용했다. 원 후보는 "홍 후보가 잠재성장률 3%, 국민소득 5만불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5만불까지 몇년이 걸리느냐"고 물었는데, 홍 후보는 "계산은 안 해봤다. 전문가들이 주길래 좋은 것이다 생각하고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원 후보는 "이왕이면 (국민소득) 10만불을 제시하지 그랬느냐"며 공세를 이어갔고, 홍 후보의 '고용주도성장' 공약을 문제삼기도 했다. 원 후보는 "일자리는 투자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투자로 고용이 생기고 소득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
홍 후보의 공약은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아류다"라고 지적했다.
1위 주자로 집중견제를 받고 있는 윤 후보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이 모두 연합할 경우, 경선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군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므로 원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다.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원 후보의 경우에도 1위 주자가 자신의 '대장동 게이트 1타 강사' 역량을 어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음달 5일에는 어차피 1명의 후보만 남게 되므로 단일화를 염두해 둔 포석이 손해 볼 일은 아닌 상황이다.
2위와 3위인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1위 탈환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매 토론마다 윤 후보를 다방면에서 검증대에 올리고 있다.국민의힘 홍준표·유승민 대선 경선 후보. 연합뉴스이날 홍 후보는 대선후보의 도덕성을 질문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도덕성 떨어진다는 응답이 이재명 후보 49%, 윤석열 후보 36%, 저는 6.3%, 유승민 후보 2.4%, 원희룡 후보 1.2%"다. 본선 나가면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이 정부가 저를 2년간 가족과 함께 탈탈 털어 지금 나온게 없다.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털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 제주 2공항 추진방안을 물으면서
"천공스님은 현재 제주공항을 확장하는 게 좋다고 하던데"라며 무속 논란을 상기시켰다. 윤 후보는 "저는 모르겠다"며 웃어 넘겼다. 이외에도 "윤석열 캠프를 보면 대북정책과 국방정책을 담당하는 분들이 모두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라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는데, 윤 후보는 "최근에 오신 분들이고 유능한 분들"이라며 감쌌다.
유 후보는 지난 토론에 이어 다시 복지 정책을 가지고 윤 후보의 정책 방향을 물었다. 유 후보는 "국가 부채가 심각해 다음 정부가 세금을 늘리지 않으면 복지에 방법이 없다"고 묻자 윤 후보는
"증세도 필요하다"고 했다. 유 후보가 재차 "지난번에 부가세 인상은 반대하지 않았느냐, 어떤 세금을 올릴 것이냐"고 질문하자 윤 후보는 "소득세나 법인세"라면서 증세 관련 입장에서 다소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다.다만, 홍 후보와 유 후보 사이의 공방은 다소 누그러졌다. 두 사람은 2차 컷오프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놓고 '배신자' 논쟁까지 벌인 바 있는데, 이날 홍 후보는 유 후보에게 '노인복지청' 신설에 대한 의견을 묻거나 공매도 제도를 보완할 방법에 대해 설명을 요청했다.
홍 후보는 1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3위 주자에게는 의도적으로 공세의 고삐를 늦추며 유 후보와 힘을 합친다면 윤 후보를 압도할 수 있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 측이 적극적으로 응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다음달 5일 최종후보 선출이 가까워질 수록 후보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합종연횡이 더 노골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