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이한형 기자2015년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때 '성남의뜰 컨소시엄'과 경쟁했던 2곳 컨소시엄 핵심 관계사들의 공모 참여 배경에는 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와 동업 관계였던 민간업자 정재창씨의 역할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대장동 사업자 선정과정이 표면상으론 '3자 경쟁구도'를 갖췄지만, 이 구도는 핵심 민간업자들이 만든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었다는 게 해당 증언의 골자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 공모에 메리츠증권·산업은행 컨소시엄이 참여하는 과정엔 부동산 컨설팅업체 B사 대표 정재창씨의 물밑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업 진행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정재창씨가 위례 개발 사업 때부터 메리츠증권, (산업은행 컨소시엄의 관계사인) 호반건설 등과 함께 일했다. 이후 대장동 개발 사업에도 이들 회사의 공모 참여를 이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3년 시작된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은 대장동 사업과 마찬가지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주도 하에 민관 합동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제로 당시 메리츠증권은 이 사업의 시행자인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푸른위례프로젝트 지분 14.9%를 가진 주주로 참여했다. 호반건설은 아파트 시공사일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위례자산관리(AMC)의 지배 회사로서 사업 전반을 주도했었다. 정씨는 당시 위례자산관리의 대주주로 위례 사업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로 알려졌다.
정씨가 위례 사업 당시 호반건설과 메리츠증권 실무자와 합을 맞춘 것을 계기로 대장동 사업의 공모 참여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장동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메리츠증권은 컨소시엄 대표 주관사로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고, 호반건설 관계사인 스카이자산개발은 산업은행 컨소시엄의 핵심인 자산관리사(AMC)로 이름을 올렸다.
위례 사업은 사업 구조부터 지분 구성까지 대장동 사업과 '판박이'다. 이 위례 사업에서 정씨와 동업 관계였던 인물이 '대장동 게이트 의혹'의 핵심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다.
남욱 변호사. 연합뉴스
남 변호사 부인은 위례자산관리와 관계사인 위례자산관리·위례투자2호 사내이사였고, 정 회계사 부인도 위례투자1·2호 사내이사를 맡았었다. 이들 셋은 지난 2009년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민간 개발을 추진한 씨세븐(대표 이강길)의 자문단으로 활동하는 등 일명 '대장동 원년멤버'로도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위례 사업에서 한 배를 탔던 민간 개발업자들이 2년 후 대장동 개발에서는 표면상 경쟁 구도를 구축해 각자 컨소시엄의 복잡한 지분 구조 뒤에 숨어 참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재창 역할론'을 증언한 관계자는 "결국 (대장동 사업 공모과정은) 짜고치는 고스톱판이었다"라며 "어떤 컨소시엄이 선정되더라도 이들 셋(남욱·정영학·정재창)은 각자 협조를 통해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재창‧남욱‧정영학' 3인방은 대장동 개발 사업이 진행되기 전인 2013년에 이미 이 지역 개발 과정에서 수익이 날 경우 균등하게 분배하자고 합의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세 사람이 공모과정에서도 호흡을 맞췄다는 관계자 증언과도 일맥상통하는 정황이다.
한편 호반 측은 "대장동 사업 공모사업의 컨소시엄에 참여는 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도 않았고 정씨와는 어떤 관련도 없다"고 밝혔다. 정씨 측에게는 전화와 문자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