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8일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배임 지적을 "황당무계하다"며 정면돌파했다. 집중 공세를 폈지만 결정적 '한방'이 부족했던 야당을 상대로 종종 미소까지 보이며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이재명, 대장동 관련 배임 의혹에 "황당무계" 정면반박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1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참석해 대장동을 두고 국민의힘과 정면 대결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가장 칼을 갈았던 이 후보의 배임 의혹에 집중했고, 이 후보는 조목조목 맞섰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이 시작되던 2015년 2월까지만 해도 협약서에 들어갈 것으로 검토되던 '민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갑자기 삭제된 경위에 대해 따져 물었다. 막대한 초과이익은 이 후보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탓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민간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뺀 이유에 대해
"내놓은 집을 계약한 후 집값이 오르니까 오른 금액을 나누자라고 하는 얘기랑 같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그렇게 하면 협상도 안 됐을 것이고 부당한 일이라며 소송까지 이어졌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모 과정에서 성남시에 확정이익을 주는 대신 만약이라도 발생할 초과 이익을 민간에 보장하는 것이 계약 조건이었고, 이를 공모 이후 중간에 변경할 수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후보는 "감사원 감사자료에 의하더라도 이렇게 공모하고 응모한 상태에서 바꾸는 것이 징계사항이라는 감사사례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100% 환수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제 역량 부족으로 못한 점에 대해서 국민께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도의적 책임일 뿐 법적 문제는 아니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야당의 배임 의혹 공세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는 "이 사건을 두고 (저의) 배임을 이야기하는 것은 황당무계한 일"이라며 날을 세웠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의 모습. 이한형 기자그러면서 "(당시)다른 (지자체들의)개발 사업은 전부 민간에 개발 허가를 내 주고 있었다. 제가 거의 처음으로 공공개발을 시도했고, 그걸 못해서 절반의 민관합작으로 (성남시가)개발이익을 환수했다"라며 "
그렇다면 민간 개발을 허가해서 (개발수익)100%를 민간이 갖게 해 준 모든 자치단체장과 인허가권자는 모두 다 배임죄겠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배임 의혹의 근거로 야당이 제기하는 '보고 정황'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부인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대장동 개발로 일부가 8천500억원을 해먹은 이 사건의 운명의 날은 2015년 5월 29일 성남의뜰에서 이사회를 한 날"이라며 "수천억원이 왔다 갔다 했는데 (이 지사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납득되지 않는다. 전형적인 배임"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후보는 "대체적 결론만 받았다"고 반박했다. "세부적 내용 보고받을 이유도 없고 구체적으로 보고 받은 바 없다"는 것이다.
유동규에 이재명 "배신감, 수치스럽다" 측근설 부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다만 이 후보는 뇌물수수와 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기획본부장과 관련해서는 "인사권자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측근설'에는 강하게 선을 그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좌 진상(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 우 (유)동규'라는 말이 경기도에 돌아다닌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는 "
제가 정말 가까이하는 참모는 그 '동규'(유동규)로 표현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나아가 유 전 본부장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거나 "수치스럽다"며 거듭 선을 그었다.
천화동인 실소유주 논란…"이재명이 그 분" vs "국민의힘 게이트"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한형 기자이날 국감에서는 '그 분' 논란을 두고서도 이 후보와 국민의힘은 강하게 충돌했다. '그 분'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로 언급해 실체와 관련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이 후보에게 '그 분'이라며 "
'아수라의 제왕'인 그분은 누구인가"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면서 이 후보에 대해 "
(대장동 개발 관련) 단 1원도 안 받았다는 설계자는 어떤 사람일까. 돈을 만든 자, 돈을 가진 자 위에서 돈을 지배하는 자"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개발이익을 차지한 민간업자에게 어떤 형태든 금전적 이익을 나눈 건 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국민의힘이 추천한, 국민의 힘에 가까운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라며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역공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야당이 폭로한 '50억 클럽'에 들어간 분은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인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박근혜 정부에서 (당시)야당 추천으로 특검이 된 박영수 전 특검, 최재경 당시 민정수석, 대법관으로 임명된 권순일 대법관,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 등"이라고 이 후보를 엄호했다.
이 후보는 이어 "제가 성남시의 공공개발을 하려고 할 때 (야당이) 무려 4년이 넘도록 다수 의석을 활용해 공공개발을 막으면서 민간개발을 강요했다"며 "저는 최대 1조원의 개발이익을 100% 환수하려 했고 (야당이) 그걸 못하게 막았기 때문에 그나마 절반 또는 70%라도 환수한 게 이 사건의 진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는 '돈 받은자=법인, 장물나눈자=도둑'이라는 푯말을 직접 들어 보이며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 후보는"
세상에는 단순한 이치가 있다. 장물을 가진 사람이 도둑"이라며 "
제가 만약 진짜 화천대유 주인이고 돈을 갖고 있다면 길 가는 강아지에게 돈을 던져줄지라도 유서대필 사건을 조작한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아들 같은 분에게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갑자기 조폭연루설? 野 헛발질에 이재명 "신작 소설이냐"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폭연루설'을 주장하며 관련 돈다발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날 국감에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이 후보가 조직폭력배의 돈 20억원을 받았다며 성남조폭 연루설을 추가로 제기했다가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제시한 것이 드러나면서 되레 망신을 샀다.
김 의원은 "이 지사는 2007년 이전부터 국제마피아파 원로 선배분들과 변호사 시절부터 유착관계가 있었다"며 "
국제파 조직원들에게 사건을 소개받고 커미션을 주는 공생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공익제보를 했다'며 조폭 출신의 박모씨의 사실확인서와 진술서, 그리고
현금 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해당 현금 다발 사진이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 되기도 전 시점에 SNS에 게시됐다는 것을 공개하며 김 의원 주장의 신빙성을 무너뜨렸다. 실제로 돈다발 사진 게시물은 이 후보 시장 재임 전인 2018년 11월 21일 박씨 개인 페이스북에 홍보용으로 게재돼 있다. 사채업을 하던 박씨는 해당 게시물에서 "고정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며 "도와주신 멘토분들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후보는 김 의원의 조폭 연루설을 들으며 소리 내 비웃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이래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 명백한 허위사실을 국민 앞에 틀어서 보여주고 있다"며 "기자회견 같은 것을 하면 제가 고발을 하든지 해서 진상규명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해당 사진처럼 대장동 의혹도 '가짜 의혹'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장동 연루설 두고 '파이터'로서 데뷔…의혹 규명은 '글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오전 일정을 마치고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과 논쟁를 벌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 후보가 국민의힘의 공세에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본격적인 '대선용 공격'에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국감 자체가 정쟁으로 흐르면서, 이 후보 측이 당초 기대했던 의혹 해소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야당의 공세가 실패해 일단은 이 후보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오늘 국감 분위기가 대선 끝까지 간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감도 남아 있어,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