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고발 배후에 검찰이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19일 최초 제보자 조성은씨가 언론에 공개한 '김웅-조성은 녹취록'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3일 오전 10시 3분부터 7분 58초, 오후 4시 24분부터 9분 39초 등 17분 37초 동안 조씨와 통화했다. 조씨는 최근 법무부 인증 업체를 통해 휴대전화에서 이 내용을 복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에서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은 조씨에게 고발장 작성 작업이 검찰과 관련 있는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오전 통화에서 김 의원은 조씨에게 "초안을 아마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라고 한 뒤, "고발장을 음,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라며 제 3자의 말을 전달하듯 말했다. 고발처는 오후에 대검찰청으로 변경됐다.
녹취록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두 번 언급된다. 오전 통화에서 고발에 이르는 계기가 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한 프레임을 설명하는 상황에서 먼저 등장한다. 김 의원은 "선거판에 이번에는 경찰이 아니고 MBC를 이용해서 제대로 확인도 안 해보고 일단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윤석열 죽이기, 윤석열 죽이기 쪽으로 갔다"라며 "이런 자료들을 모아서 드릴 테니까"라고 언급한다.
두 번째 언급은 오후 통화에서 고발장을 접수하는 과정에 대한 대화를 하다가 나온다. 김 의원은 "(대검에) 찾아가야 되는데,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라면서 "차라리 그러니까 그거하고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야죠. 뭐 예를 들면 '언론피해자'. 그러니까 지금 언론 장악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동원해서 가는 게 더 낫겠죠"라며 말했다. 이때 "검찰, 검찰색을 안 띄고"라고도 했다.
누가 고발장을 같이 내러 갈 지에 대한 논의 끝에 조씨가 "그럼 대검 대변인 보고 나오라고 해야 되나요"라고 묻자, 김 의원은 "'여기 고발장 내러 간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대검에 뭐 총무과나 이런데"라고 했다가 "뭐 절차 다 간다라고 얘기를 하면 연결을 한다. 그리고 민원실에 가서 낼 때 기자들이 따라가서 붙는다. 미리 프레스를 해놓으면"이라고 설명했다.
조씨가 탄핵 때 수사 촉구하러 대검에 갔던 것을 언급하며 "가타부타 공적인 거. 그냥 우리가 '무슨 접수하듯이'가 아니라"라고 말하자, 김 의원은 "방문할 거면 저기 공공범죄수사부 쪽이니까 옛날 공안부장 있죠? 그 사람을 방문하는 걸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김 의원은 조성은씨와의 통화 내용이 공개된 데 대해 "계속 얘기했듯이 처음부터 그런 (통화) 사실 자체에 대해 부인한 게 아니"라며 "기억을 못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윤창원 기자
그러면서 김 의원은 조씨에게 "우리가 어느 정도 초안을 잡아놨다. 이렇게 하면서. 이 정도 보내면 검찰에서 알아서 수사해 준다. 이렇게 하면 된다"라거나 "만약 가신다고 그러면 그쪽(검찰)에다가 이야기해 놓을게요"라는 말도 한다. 그는 "이게 검찰이 받기는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받는 것처럼 하고, 이쪽(미래통합당)에서 항의도 하고, 왜 검찰이 먼저 인지수사 안 하고 이러느냐 이런 식으로 하고"라고 조언도 했다.
다만, 김 의원은 검찰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냄새'를 계속 풍기지만, 녹취록 안에서는 직접 연관성을 확정할 실명이나 일차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미 디지털 포렌식으로 녹취를 복원해 분석 중인 공수처는 김 의원 소환 조사로 이 부분을 확인할 방침이다.
실제로 검찰과의 관련성으로 나아갈 일부 단서도 녹취록에서 발견된다. 김 의원은 당시 '검언유착 의혹' 핵심 관련자인 채널A 이동재 기자를 언급한다. 그는 "아마 이동재가 양심선언하면 바로 이걸 키워서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는데, 양심선언은 그동안 어디에서도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어서 이 사실을 알만한 이들을 추리면 수사망이 좁혀질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