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장면. 항공우주연구원 제공한국이 독자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는 21일 오후 4시 발사돼 1.5톤 무게의 위성 모사체(dummy)를 지상 700km상공에 안착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누리호는 지상을 출발한 뒤 16분 만에 목표지점에 도달하고 발사가 최종적으로 성공했는 지 여부는 지상관제소와 누리호 간 실시간 위성추적과 원격자료수신을 통해 발사 30분만에 판가름 난다.
2022년 5월에는 동일한 재원의 누리호가 위성과 위성모사체를 탑재한 채 2차 발사될 예정이다.
누리호 발사시각은 4시…강풍·번개 없어야 쏜다
누리호 발사는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누리호의 발사대 이동 → 발사대에 누리호 세우기 → 연료주입 → 발사 10분 전 시작되는 발사자동운용 → 발사 순이다.
누리호 발사를 위한 준비 과정. 항공우주연구원 제공누리호를 발사대에 세우고 나면, 기체를 최종 점검하고 발사 4시간 전부터 추진제를 주입한다. 연료는 액체 상태의 산소와 우주선에 주입되는 휘발유(케로신)다. 75톤급 엔진 4개로 구성된 1단 엔진은 1초당 산화제와 연료 1016kg을 연소시키며 지구 중력을 압도하는 추진력을 만들어 낸다. 1단 엔진이 작동되는 130초 동안 케로신 260드럼이 소모된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물리적 발사 준비의 전부다.
과기부와 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민간기업 연합군을 형성, 지난 10년 동안의 개발기간을 거쳐 쏘아 올리기만 하면 되는 로켓 완제품을 확보했지만, 로켓을 우주공간으로 쏘아 올리려면 객관적 조건도 따라줘야 한다. 발사 당일의 날씨 얘기다.
온도 습도 압력 바람 등 모든 조건이 맞아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바람과 강우, 낙뢰가 심하면 발사가 지연되거나 미뤄질 가능성이 있어 항우연은 발사 당일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평균 풍속 15 m/s, 순간 최대풍속 21 m/s 이내이고 고층풍도 기준에 맞아야 한다. 또 비행 경로 상에 번개가 없어야 한다.
누리호 1단에 장착된 74톤 엔진의 연소시험 모습. 항공우주연구원 제공발사 직전이라고 할 수 있는 발사 4단계는 발사자동운용으로 발사 10전부터 시작되는데, 발사 10분 전부터 발사체 이륙 직전까지 1단과 2단의 발사관제시스템에 의해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준비 작업을 말한다. 물리적 준비가 끝나고 나면 이후의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는 것.
누리호, 16분 비행해 700km 상공 도착
여기까지 사고없이 진행돼 누리호가 지상을 떠나면 이후 시간대별 누리호의 궤적은 이렇다. 16시 발사 직후 누리호 고도는 지상 100m까지 상승한다. 2분후 59km지점에서 1단 추진체가 분리된다. 약 4분뒤 지상 191km지점에서 페어링을 떼어내고, 4분 34초 뒤 258km상공에서 2단 로켓엔진을 분리한다.
이때부터는 3단 로켓의 추진력을 활용해 지구 저궤도인 지상 700km 지점까지 10여분 동안 우주공간을 날아간다. 누리호가 제 궤도로 순항하는 지와 탑재된 위성모사체가 제대로 분리됐는 지 여부는 대략 발사 후 30분만에 알 수 있다. 항우연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 팔라우 등 3군데에 위성 추적 레이더와 텔레메트리(원격자료수신장비)를 설치해 두고 누리호와 교신을 통해 비행궤적과 동작상태를 실시간 확인한다.
발사 이후 누리호의 궤적과 추진체 분리 지점.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지구 상공 700km에서 누리호에 탑재된 위성모사체는 로켓으로부터 분리된다. 누리호 발사의 목적은 발사체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발사체 3단에 탑재된 위성은 모양만 위성일 뿐 가짜 알미늄 구조체다.
우주개발 초보인 한국의 첫 위성발사체 누리호는 21일 발사 임무를 다하고 나면 공해상에 낙하한 채로 폐기된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는 위성이나 우주선을 쏠 때 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 위성발사체를 회수해 재활용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거기까지 가진 못했다.
다만, 1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끝나게 되면 한국형 발사체를 동일하게 제조하는 과정을 거쳐 2022년 5월 누리호 2차 발사를 할 예정인데 이 때는 누리호에 위성도 실어 보낼 예정이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의 우주개발이 제 궤도에 오르면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진다.
우주발사체에 통신위성을 실어 보내 한국 주도의 GPS시스템을(국방부 주도 추진중) 구축한다거나 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선 발사 추진, 유인 우주선 발사, 멀리는 달 탐사까지 독자적으로 우주개발에 뛰어드는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우주 기술개발은 '끝없는 실패의 연속'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km)에 투입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로, 개발에만 10년 세월이 걸렸다.
발사대로 옮겨지는 우리호의 모습. 항공우주연구원 제공누리호의 길이는 47.2m, 무게 200톤(연료무게 182.5톤 포함), 발사체 몸체의 지름 3.5m 규모로 로켓 3단의 탑재중량 1500kg이다. 발사체는 1~3단으로 구성돼 있고, 1단에 75톤급 액체엔진 4기, 2단에 75톤 액체엔진 1기, 3단 7톤 액체엔진 1기가 각각 장착됐다.
우리나라는 엔진 추력 75톤급 발사체를 제작하기 위해 기술개발과 제작에 꼬박 10년을 투자했다. 이 기간 동안 투입된 예산은 1.9조원. 개발사업이 시작된 건 2010년 3월이다. 2015년 △7톤급 액체엔진 개발, 2018년 △75톤급 지상용 엔진 개발, 2021년 △3단형 발사체 개발에 성공했다.
선진국에서 기술을 이전받을 수도 없고 도와주는 국가도 없는 상황에서 독자 발사체 기술이 하루 아침에 구축된 건 아니다. 지난 세기부터 시작된 로켓개발 노력이 응축된 결과가 '누리호'란 결실로 나타났다.
우주발사체를 성공적으로 우주 공간에 쏘아 올리는 일은 지난한 작업이다. 1990년대 시작된 과학로켓(KSR) KSR-I, KSR-II, KSR-III 개발 경험과 2013년까지 계속된 우주발사체 나로호 개발에서의 반복된 실패 이후에도 실패는 계속됐다.
73톤급 1단 추진체 엔진 제조 과정에서는 엔진시험을 위한 장비를 러시아로부터 빌려 사용했고, 지난 2018년에는 누리호의 '시험발사체(TLV)'를 시험발사하다 로켓이 폭발하는 사고도 겪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이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주개발 선진국들이 우주발사체 제조기술의 이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발사체 개발 기술은 국가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분야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및 미국의 수출 규제(ITAR) 등을 통해 우주발사체기술 이전이 통제돼 있어 기술을 독자개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국가는 9개국, 이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 북한은 300kg 이하의 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른 상태다. 우리나라는 21일 발사 성공시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7대 우주강국 대열에 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