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를 끝으로 경기도지사직을 마무리했다.
야당이 이틀에 걸친 국감을 통해 조폭 연루설 등 각종 의혹은 물론 대장동 개발 추가이익 환수 무산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지만 심각한 내상을 입히는 데는 실패하면서 사실상 이 후보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野 국토위, 행안위 '헛발질' 의식한 듯 의혹 제기보단 검증에 중점
이날 국토위의 경기도 대상 국감에 나선 야당 의원들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 누락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이 후보와의 관계, 확정이익을 고정으로 한 설계구조 등에 질의 내용을 집중했다.
제대로 된 사실관계 검증 없이 '조폭 연루설'을 주장했다가 증거 조작 논란으로 오히려 역풍을 맞은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의 사건 등 이틀 전 행정안전위원회 국감 결과를 의식한 셈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대장동이 지역구에 위치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2015년 2월 당시 대장동 업무를 담당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이현철 개발1팀장이 '경제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플러스알파(초과이익) 검토를 요한다는 것'을 건의했었다"며 "초과이익 환수 건의를 누가 받아들이지 않았느냐"고 질의했다.
이어 "누가 삭제를 했나. 보고를 받지 못했느냐"며 "조항 누락으로 인해 화천대유에 돈을 몰아준 것은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종배 의원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로 수사 중인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를 집중 추궁했다.
이 의원은 "유 전 본부장은 건축회사 운전기사 두 달,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 경력이 전부"라고 자격을 문제 삼은 후 "유 전 본부장 임명 후 업무와 관계없는 기술지원 TF를 꾸려 대장동과 위례 개발계획을 짰다"며 인사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행안위 국감과 달리 정의당 소속인 심상정 의원의 질타도 눈에 띄었다.
심 의원은 "분양가상한제, 임대아파트 24%, 초과이익 환수 등을 모두 넣어서 공익을 추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큰 도둑에게 다 내주고 작은 확정이익에 집착했다"며 이 후보와 국민의힘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재명 "초과이익 환수 조항 원래 없었다…고정이익은 잘한 일"
이 후보는 행안위 국감과 같이 해명보다 역공에 나서는 '맞불' 전략으로 대응했다.
추가적인 공익 환수를 못하게 했다는 의혹에는 "삭제가 아니고 협약 과정에서 일선 직원이 건의한 것"이라며 "간부 선에서 채택하지 않은 것이 팩트"라고 반박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초과이익 환수 추가의견이 미채택된 것일뿐 조항은 처음부터 없었다"며 "공모내용과 어긋나기 때문에 수용을 할 수 없었고, 조항도 처음부터 없었으니 삭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배임 의혹 제기에는 "집값이 오를 때 나누자고 하면 집값이 떨어질 때 고정이익을 낮추자는 것도 들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배임이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의혹 제기에는 "임명 과정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 정도 영향력이 있었으면 사장을 시키지 않았겠느냐"며 "기술지원TF 구성 등도 언론을 보고 알았다"며 선을 그었다.
확정이익이 적었다는 지적에는 "지방행정사에 민관 합동개발을 통해 1천억원 단위로 이익을 환수한 사례는 없다"며 "도둑질을 설계한 사람이 도둑이고, 공익환수를 설계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며 대장동 개발이 잘못된 결정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개발자인 이 후보가 결국 범인이 아니냐, 범인이 누구냐는 야당의 질의에 "공공개발을 막은 국민의힘이 범인이다", "돈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물어보라" 등의 답변으로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인형·녹취 공개 등으로 얼룩진 국감장
국민의힘 의원들은 비리 의혹에 대한 책임론 프레임이 효과를 크게 발휘하지 못하자 시청각 자료를 활용에 나섰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자신의 질의 시간에 양 얼굴 가면을 씌운 강아지 인형을 책상 위에 올려놨다.
'양의 탈을 썼지만 사실은 개고기'라는 의미인 '양두구육'을 인형에 빗댄 것인데,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을 성공적인 사업이라고 선전하지만 사실은 흑심을 품은 설계자라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국감장 분위기를 해할 수 있는 물건을 가져오지 않기로 한 합의를 어겼다며 항의와 함께 인형을 빼앗았다.
송 의원은 이 후보에게 "이익을 전혀 나눠받지 않아 서운하지 않느냐"고 물은 후 "화천대유 대표는 반성하라"로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같은 당 김은혜 의원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되기 전엔 2009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개발에 반대하고 민간개발에 찬성하는 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는 내용의 인터뷰 녹취파일을 공개했지만 여야 합의 위반이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국감 넘긴 이재명 본격 대선 행보 개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대선 후보 확정 후 첫 고비를 큰 위기 없이 넘긴 이 후보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다.
우선 가장 큰 과제인 '원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당초 두 회동 모두 이번 주 안에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후보가 국감 준비를 이유로 문 대통령과의 회동일을 조기에 확정하지 못했고, 이 전 대표와의 만남 또한 조율을 하지 못해 언제 만남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청와대가 대통령과 후보 간 회동에 앞서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이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고, 문 대통령이 오는 25일 국회 시정연설에 이어 월말에 해외 순방을 계획하고 있어 어떻게든 조기에 두 회동의 날짜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와 사전에 교감이 있었지만 국감 준비로 아쉽게 시일이 연기됐다"며 "어떻게든 빠른 시일 내에 두 분을 만나뵐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