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남욱 변호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소환돼 조사실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초기 사업 설계자인 남욱 변호사를 주말에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한 차례 구속에 실패한 김씨에 대해 영장 재청구를 목표로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24일 오전부터 김씨와 남 변호사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기소하면서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 특혜를 주고 이익을 챙긴 혐의를 중심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배임 혐의는 이번 기소에선 빠졌다.
김씨는 유 전 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개발사업의 수익이 민간업자에게 대부분 돌아가도록 사업을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에 최소 1163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그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김씨가 700억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유 전 본부장이 실소유주인) 유원홀딩스 주식 고가 매수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직접 지급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증여 등을 제시했다고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중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700억원을 주고받기로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를 진행 중이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 초기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특혜 제공 제안을 받고 동업자들과 함께 3억52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 중 일부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2012년 성남시설관리공단(도공 전신) 기획본부장으로 일하며 대장동 민영개발 추진업자인 남 변호사를 알게 됐고, 향후 이권 제공을 약속하며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한형 기자한편 검찰은 이날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황 전 사장 역시 유 전 본부장의 대장동 개발 특혜 관여 정도를 설명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황 전 사장은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중도 사퇴했고, 이후 유 전 본부장이 사장 권한대행을 맡아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지휘했다.
황 전 사장은 그간 '사퇴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날 채널A가 공개한 황 전 사장과 유한기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의 대화 녹취에 이같은 정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유씨가 2015년 2월 대장동 사업 공모를 앞두고 유동규 전 본부장과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의 지시로 황 전 사장 사직서를 요구해 황 전 사장과 실랑이를 벌이는 내용이다.
뒤늦은 성남시청 압수수색과 김만배씨 구속 실패, 유동규 전 본부장 기소 시 배임혐의 제외 등 수사의 진정성을 의심 받고 있는 검찰은 조만간 김씨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특검 도입 주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빠른 시일 내 유 전 본부장을 넘어 정 전 실장 등 당시 성남시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