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가 25일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초단체공무원 공직선거 투·개표사무 거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봉준 기자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노동조합이 기초단체 공무원에 편중된 투·개표 사무 종사자 모집방식 개선과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수당 지급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공직선거 투·개표 사무를 거부하기로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는 25일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는 기초단체 공무원을 더 이상 희생양 삼지말라"며 "강제동원과 노동착취 등 부당한 투·개표 선거사무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전국공무원노조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공직선거 때마다 기초단체 공무원에게 과도하게 편중된 투·개표 선거사무 종사자 선정과 부당한 노동착취 행위를 반복하는 선관위에 수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정당한 처우를 요구했다"며 "선관위는 양대 노조의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시정을 거부하거나 예산을 핑계로 마지못해 수당을 쥐꼬리만큼 인상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분노를 잠재우려 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는 "공직선거 투·개표사무 종사자는 관련 법령에 의거해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 학교·은행·공기업 직원, 공정하고 중립적인 시민 등으로 위촉하도록 돼 있다"며 "하지만 선관위는 이를 무시하고 선거업무와 모집 편의를 위해 선거사무 종사자의 상당수를 기초단체 공무원으로 강제 충원했다. 이로 인해 투표사무의 65%, 개표사무의 40%를 기초단체 공무원이 도맡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는 또 "투표사무원은 선거 당일 최소 14시간 이상의 고된 노동을 하고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당을 받았다"며 "내년 상반기에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사무종사자는 내년 최저임금 9천160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12만 8천240원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연장·야근·휴일 근로수당을 추가하면 2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런데 선관위는 내년 공직선거 수당을 1만 원 이상, 1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는 "결국 실질임금의 절반도 안되는 수당으로 20만 명을 부려 먹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당 손실분을 보전하기 위한 대체휴무나 특별휴가 시행 의지도 없다. 이 정도면 악덕 사용자가 따로 없다"면서 "이제 선택은 분명하다. 선관위가 비정상을 정상화하라는 우리의 요구를 끝내 거부한다면 우리도 법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그러면서 "양대 노조는 기초단체 공무원을 수족처럼 취급하면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외면하는 선관위를 비롯한 정부의 천박한 노동관에 분노하며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공동행동에 돌입한다"며 "양대 노조는 전국의 30만 조합원을 대상으로 오늘부터 11월 19일까지 '선거사무 종사자 위촉 방식 등 부동의서' 서명운동을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노조는 이어 "기초단체 공무원을 강제동원하고 수당을 착취하는 현행 제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투·개표 사무를 거부하겠다는 조합원들의 서명을 받아 해당 지자체에 제출하고 내년 선거사무원 강제할당과 강제동원을 사전에 차단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