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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TMI 난장판 속 김선호 구하기 '오지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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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기]TMI 난장판 속 김선호 구하기 '오지랖'

    편집자주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김선호 전 연인 A씨 실명 보도 이후 동정 여론 조성
    사건과 무관한 A씨 사생활 가십 확산 '사이버 불링'
    언론 가치 판단 없이 '받아쓰기' 보도로 난장판 합세

    배우 김선호. tvN 제공배우 김선호. tvN 제공당사자들은 무대응 중인데 주변이 더 요란하다. 배우 김선호와 전 연인 간 갈등이 '사과'로 마무리됐음에도 여전히 본질적 문제와 무관한 가십성 갑론을박이 넘쳐나고 있다.

    김선호는 지난 17일 전 연인 A씨가 폭로글을 올리면서 거액 광고 위약금과 혼인을 빙자해 낙태를 종용하고 가스라이팅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함께 일한 제작진 및 동료 배우들을 뒷담화 했다는 내용도 함께였다.

    3일 간 침묵 끝에 김선호는 A씨에게 사과했다. 에둘러 말했지만 낙태 등 중요 쟁점은 인정한 셈이었다. A씨 역시 김선호의 사과를 수용하며 "김선호에게 사과 받았고, 서로 오해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글을 내렸다.

    평소 바른 이미지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배우였기에 대중의 반감도 컸다. 결국 김선호는 고정 출연 중이던 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 2일 시즌4'에서 하차했으며 예정됐던 영화 출연도 무산됐다. 광고계는 이보다 먼저 김선호 이미지를 내리는 등 발빠른 손절에 나섰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지난 26일 한 연예 전문 매체가 A씨에 대해 실명 보도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경찰이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한 용의자가 아닌 이상 굳이 A씨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이유는 없었다. A씨는 현재 방송 활동을 중단해 준공인으로 보기 어렵고, 딱히 공익적 목적의 공개도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정보와 기사로 공론화되는 무게와 책임은 다르다. 앞서 A씨 정체를 파헤친 기사들에 한 술 더 뜬 실명 보도는 또 한 번 언론의 '윤리 불감증'을 드러냈다.

    이 매체는 김선호가 지인과 나눈 스마트폰 메신저 및 양측 지인들의 주장을 인용, 두 사람이 남성과 관련된 A씨의 거짓말 등으로 인해 결별하게 됐으며 합의된 낙태 이후 김선호가 A씨를 위해 노력한 정황을 전했다.

    과연 각종 자료들이 김선호 본인 허락 없이 기사에 제공됐을지는 의문으로 남았다. 일단 소속사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선호의 익명 지인이 소속사에 불리한 계약 의혹을 제기하자 발빠르게 대처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온도다.

    이를 계기로 김선호에 대한 동정 여론이 급격히 퍼지기 시작하면서 뜬금없는 지인발 미담들이 속출했다. 주로 김선호의 따뜻한 인성을 부각시킨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가 하면 A씨를 향해서는 정확히 검증되지 않은 사생활 가십이 확산됐다.

    이미 김선호가 침묵한 당시부터 A씨는 무분별한 신상 공개, 신변 위협 등에 시달려 고통을 호소하며 법적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2차 가해는 끊이지 않았다. 언론까지 김선호 및 A씨 지인이라 자처한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기사화하면서 난장판에 합세했다.

    결국 피해를 호소한 A씨는 순식간에 남자 관계가 복잡한 '바람둥이' 프레임이 씌워졌고 그 사이 김선호는 무고한 희생양으로 둔갑했다.

    사실 김선호가 낙태한 A씨에게 미역국을 끓여줬든, A씨가 과거에 어떤 남자들과 교제했든 쟁점은 바뀌지 않는다. 몇 년에 걸친 교제를 단편적인 메신저나 주변 증언들 만으로 판단할 수도 없고, 내밀한 사생활까지 파헤칠 사안도 아니다.

    정말 온전한 합의 속에서 낙태를 했는지, 교제 과정에서 가스라이팅은 없었는지, 함께 일하는 동료들 뒷담화는 한 것인지, 세 가지 쟁점만이 끝내 풀리지 않은 의혹으로 남아 있다. 당사자인 김선호가 구체적 해명에는 입을 닫았기 때문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낙태 건은 A씨가 폭로글을 올린 것부터 양측이 완전히 합의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이외에 굳이 알 필요 없는 TMI(Too Much Information·너무 과한 정보의 준말)는 '알 권리'가 아니라 흥미 본위의 자극적 소비에 불과하다. A씨의 다른 사생활을 두고 도덕성을 검증할 이유도 없다. 이번 사건과는 무관할뿐 아니라 오히려 논점을 흐리게 만들었다. 최소한의 가치 판단 없이 '받아쓰기' 보도만 반복한 언론 역시 일반인 A씨에 대한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사이버 상에서 특정인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을 부추겼다. 오히려 김선호보다 A씨가 언론과 일부 팬들 및 누리꾼에 시달린 '무고한 희생양'에 가깝다.

    바른 청년 이미지로 사랑받은 배우가 알고 보니 책임지지 못할 생명을 낙태시켰다는 반전은 실망감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부분이 있다면 직접 해명을 하면 되고, 여타 연예인들처럼 허위사실 유포 등 법적 대응을 하는 방법도 남아 있다. 김선호의 위기는 A씨 흠집내기에 따른 이미지 세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온전히 스스로 이겨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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