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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사법부 내부고발 후엔 늦어"…법관탄핵 실패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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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법정B컷]"사법부 내부고발 후엔 늦어"…법관탄핵 실패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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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탄핵 인용' 소수의견 "독립침해 공론화 어려운 사법부 조직 특성 고려해야"
    "'임성근 재판관여' 중대한 헌법 위반…탄핵심판 이익 있어"
    2008년 신영철 재판관여 이후 반성 없던 법원, 사법농단 되풀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지난 8월 12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지난 8월 12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 2021.10.28. 임성근 탄핵심판 결정문 中 재판관 유남석·이석태·김기영의 인용의견(소수)
    "독립이 보장되는 사법부 조직의 특성상 사법부 내부에서의 재판 독립 침해 문제는 내부고발이나 폭로가 있기 전까지는 외부에 알려져 공론화되기 어렵다. 설령 외부로 그 사실이 알려진다고 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거나 그 실체적 규명에 장시간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막상 책임을 묻고자 하는 시점에서는 징계소멸시효가 완성되는 등 그 책임을 추궁할 방법이 없게 될 수 있다. 사법부 내부로부터 발생하는 법관의 독립 침해는 민주주의와 더불어 우리 헌법질서의 핵심 축인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매우 중대한 문제임에도 현실적으로는 그 책임추궁이 매우 어려운 것이다."
     
    사상 첫 법관 탄핵으로 관심을 모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 사건이 결국 '각하'로 끝났습니다. 탄핵심판청구 자체가 요건에 맞지 않아 부적법한 소송이 됐기 때문에 탄핵 사유를 검토하는 본안판단까지는 가지도 못한 겁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탄핵 인용, 즉 파면 결정이 내려집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선 5명(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이미선)이 각하 의견을 냈고 인용은 3명(유남석·이석태·김기영) 뿐이었습니다. 문형배 재판관은 탄핵심판절차를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탄핵 불가 의견이 6명입니다.
       
    국회의 탄핵소추가 올해 2월 4일 이뤄졌는데, 임 전 부장판사가 임기만료로 3월 1일자 퇴직한 것이 이번 탄핵심판의 최대 쟁점이었습니다. 이미 퇴직한 공직자를 다시 파면하는 탄핵심판이 가능하냐는 것이죠.

    사실 첫 법관탄핵 사건에서 기대됐던 것은 후배 판사가 맡은 재판에 대해 '조언'을 했다고 주장하는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위헌적인 재판개입이 맞는지, 얼마나 중대한 위법·위헌 행위인지를 확인하는 것이었지만 이런 판단은 뒷전이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이탄희 의원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재판 개입'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파면 여부 판단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이탄희 의원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재판 개입'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파면 여부 판단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이번 탄핵소추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헌재 선고 이후 취재진과 만나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각하 결정을 하더라도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탄핵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재판관들이 판단해줄 수 있었을 텐데, 이마저도 하지 않고 '법기술자'적인 말만 했다는 것이죠. 절차적으로 이번 탄핵이 인용되기 어려웠던 점은 이 의원도 일부 인정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고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중요하게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법문언에 다 담기지 못한 우리 사법부의 현실적인 문제들이었습니다.
       
    성역처럼 독립적인 재판이 보장된다는 것은 곧 그 독립 침해가 밖으로 드러나기도 어려울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중대한 독립 침해 행위일수록 고위 법관의 임기가 끝날 즈음에나 겨우 내부고발·폭로가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죠. 그렇다면 현직 공직자에게만 가능한 탄핵이라는 제도로 과연 법관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 겁니다.
       
    실제로 '사법농단' 사태가 처음 불거진 것이 2017년 2월이었습니다. 당시 이탄희 판사는 법원행정처에서 이른바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라는 판사 뒷조사 파일 관리를 맡기자 사표를 냈는데, 검찰 조사 결과 이 리스트는 2013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판사들은 일반인보다 옳고 그름에 대해 더욱 민감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5년 넘게 내부고발이 없었던 것이죠.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2017년 3월 19일이 임기 만료였고, 2011년 9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이미 6년 임기를 거의 다 채운 상태였죠. 최소한의 조사 이후 국회가 빠르게 탄핵에 나섰더라도 이번 헌재 판단대로라면 두 사람 모두 '각하' 결정을 받고 책임을 피해갔을 걸로 보입니다.

    ▶  2021.10.28. 임성근 탄핵심판 결정문 中 재판관 유남석·이석태·김기영의 인용의견(소수)
    "법관이 독립하여 '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신뢰는 법관 스스로 선입견이나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불편부당하게 재판한다는 법관의 주관적인 인식에 대한 신뢰와 이러한 인식을 가진 법관이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재판과정이 독립적이고 공정할 것이라는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 그런데 법관의 주관적인 인식이나 판단의 공정성은 외부에서 확인하거나 검증하기 어렵다. 결국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법관이 구체적으로 형성한 재판과정, 즉 재판의 외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므로 법관이 다른 법관의 재판과정에 개입하거나 간섭하여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의심이 드는 외관을 현출하였다면, 이는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이한형 기자이한형 기자본안판단으로 나아간 소수의견 재판관들은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관여' 행위가 너무나 중대한 헌법 위반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이미 퇴임을 해 파면할 수 없을지라도, 헌법적 해명이 필요해 탄핵심판의 이익이 있는 사건이라고 봤습니다.
       
    특히 후배 판사의 재판에 관여한 한 임 전 부장판사의 진의가 어떠했든 간에 '공정한 재판'이라는 신뢰의 외관을 해친 점을 꼬집었습니다. 판사가 어떤 가치관과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누구의 말에 영향을 받는지 국민이 알 수 없고 검증해볼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재판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졌을 것이란 막연한 신뢰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재판의 외관이 얼마나 말끔한지에 달려있는데, 임 전 부장판사의 이른바 '조언'은 이를 의심스럽게 만든 일이었다는 것이죠.

    ▶  2021.10.28. 임성근 탄핵심판 결정문 中 재판관 유남석·이석태·김기영의 인용의견(소수)
    "피청구인(임성근)의 재판개입 행위는 형사수석부장판사라는 지위에서 사법행정체계를 이용하여 이뤄졌다는 점에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여러 재판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 재판개입이 여러 사건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이러한 재판독립 침해 행위가 일상적으로 행해졌다는 강한 의심을 불러왔다 … 피청구인이 담당 재판장이나 담당 판사에게 요구한 사항은 실제 재판결과와 모두 일치한다. … 사법행정 담당자의 재판개입이 재판의 결과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소수의견 재판관들은 임종헌 전 차장의 요구를 임 전 부장판사가 전달받아 이를 재판부에 그대로 전달한 일련의 과정을 두고 "관료화된 수직적 구조의 사법행정조직이 조언이나 의견 제시, 충고 등의 형태로 재판에 개입하는 순간 재판업무의 독립성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재판개입 문제의 위중함이 헌재 결정문에 언급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실질적 효력이 없는 소수의견에 그칩니다. 임 전 부장판사는 탄핵이라는 불명예 위기에서 벗어났고 형사재판 1·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초기 조사와 징계에 미온적이었던 법원, 4년간 탄핵을 미룬 국회, 과격한 수사 이후 공소유지에 실패하고 있는 검찰, 자기보신적인 판결을 한 헌법재판소 등 사법농단 사건은 아직도 반성과 성찰의 단계에 접어들지 못하고 '현재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김기영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신영철)의 재판관여 사건 당시에도 … 궁극적으로 해당 행위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했다는 어떠한 공적 확인과 해명도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과거를 짚었습니다. 그때 진지한 성찰과 반성적 고려가 있었다면 그로부터 불과 몇 년이 지난 후 똑같은 일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라면서요.

    사상 첫 법관탄핵마저 소득 없이 끝난 지금. 10년 후 제2, 제3의 사법농단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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