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최재해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온통 최재형 전 원장에 대한 질타로 채워졌다.
야당이 인물 검증보다는 대장동 개발 의혹을 중심으로 정치적 공세에 나서자, 여당이 최재형 전 원장 중도 사퇴 문제로 맞불을 놓은 것
이다.
여야가 이렇게 공방을 벌이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최재해 후보자는 최초의 감사원 내부 출신 원장으로 임명될 전망이다.
이날 국민의힘 청문위원들은 초반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성남시장 재직 시절 추진된 대장동 사업 의혹을 집중 거론했다.
구자근 의원은 "대장동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특검과 국정조사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인데 이것이 민심"이라며 "2015년 성남시 대장동, 백현동, 정자동에 온 국민의 관심사가 쏠려있는데 감사원이 총체적 감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일준 의원은 "대장동 주민 550명이 공익 감사를 청구한 지 한 달이 다 됐다"고 따져 물어 "청구가 들어온 부분에 대해선 제가 들어가면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최 후보자 답변을 끌어냈다.
그러자 민주당 위원들은 최재형 전 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게 아니냐고 거듭 지적했다. 현 정권을 겨냥한 감사를 이어가다 돌연 사퇴해 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다는 걸 문제 삼았다.
김남국 의원은 "월성원전 고발사주와 관련해 감사원, 검찰, 국민의힘이 공모해서 고발한 정황이 있다"며 "전임 감사원장이 직접 관여해 주도한 의혹이 있는데, 정치 중립성을 넘어서 심각한 직권남용, 헌법의무 위반한 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나아가 "월성1호기 감사가 최 전 원장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된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재해 감사원장 후보자가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최재해 후보자가 전임 원장에 대한 평가를 "안타깝다"며 얼버무리자 여당 위원들은 "웃을 일이 아니다. 매우 잘못된 일 아니냐(김남국 의원)"라는 식으로 질타했다.
다만 항의가 계속되자 최재해 후보자는 오후 질의에서 "공직자가 자기 자리를 사유화한다든지 정치화한다든지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며 최 전 원장과 거리를 뒀다.
물론 "전임 원장을 감사할 용의가 있느냐(박성준 의원)"는 질의에 최 후보자는 "자체 감사권 범위를 벗어났다. 사인이 된 감사원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렇게 최재형 전 원장 관련 질의와 질타가 한동안 계속되자 야당에서는 "오늘은 최재해 후보자 청문회다(홍문표 특위 위원장)", "최재형 전 원장에 대한 국감인지 헷갈릴 정도(정점식 간사)"라는 반발도 나왔다.그러나 싸움은 깊어지지 않았고 여야는 최재해 후보자에 대한 '적격'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의결했다. 보고서 채택은 최재형 전 원장 사퇴 127일 만이다.
최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 재가를 거쳐 감사원장에 취임하면 1963년 감사원 개원 후 첫 감사원 내부 출신 원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