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지훈. 황진환 기자"이지훈 갑질에 작가와 감독이 교체 됐다고요? 거짓말입니다."
일파만파 번진 이지훈 갑질 논란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주장이 나왔다.
이지훈은 분량 문제로 작가·감독에게 갑질한 가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이며, 해당 작가와 감독은 제작이 진행될 수 없을 정도로 의무를 불이행했다는 것이다. 작가의 경우 무단 해고 통보가 아니라 자진해서 하차했다고도 전했다.
IHQ 개국 드라마 '욕망'부터 IHQ 새 월화드라마 '스폰서'까지 작업 전반에 참여한 조연출 A씨는 지난 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욕망'이 제작발표회까지 마쳤음에도 작가·감독 교체까지 가게 된 내막을 밝혔다.
A씨는 "이지훈 배우가 분량 문제로 작가와 감독에게 갑질을 했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제가 이지훈씨와도 소통했던 사람으로서 그런 일은 없었다. 현장에 지인인 외부인을 데려온 일 자체는 명백한 잘못이지만, 이지훈씨가 주연 배우라서 어깨에 힘들어가고 갑질한 적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오히려 이지훈씨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작품을 위해 노력했다. 본인이 대본을 보고 실망해서 작품에 대한 의구심 속에 힘들어 하면서도 계속 감독과 캐릭터, 연기 등을 논의하려 했는데 감독이 제게 봐주라고 했었다"며 "작가·감독과의 관계에서만 놓고 보면 오히려 상황의 피해자다. 옆에서 지켜 봤고, 또 함께 힘들었던 저 역시 그저 이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지훈의 분량 불만이 아니라면 작가·감독이 교체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상 제작발표회까지 공개적으로 마친 드라마가 주요 연출진을 교체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A씨는 "무단 해고가 아니라 작가가 먼저 대본 회의를 하다가 '이렇게 관여하시면 저 그냥 안 하겠다. 안 쓰겠다'고 했다. 당시 그 회의실에 저 포함 6명이 있었다"며 "처음부터 6부 이후에 선우(이지훈 분)가 (존재감이) 올라오는 방향으로 가자고 했는데 작가님 아이디어가 하나도 없다는 거다. 선우에 대해서 생각을 못했으니 이제부터 아이디어를 달라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이지훈 분량 문제에 대해서도 "주인공이 이지훈인데 6부까지 한 회당 신이 2개, 3개, 4개 이랬다. 지금 이게 120부작도 아니고, 12부작 드라마인데 주인공이 이렇게 가는 경우는 없다"면서 "저희는 선우를 많이 살려주고 휘몰아치게 해달라고 계속 부탁을 했고, 알겠다면서 대본 수정을 해왔는데도 달라진 게 없었다. 결국 조율이 안 돼 하차하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기획안을 그대로 도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치정극으로 유명한 모 작가 스토리와 유사한 부분이 들어가 있었다. 똑같이 가면 안 된다고 이야기가 나와서 바꿨었다"며 "현재 '스폰서'는 '욕망'과 달리 치정보다는 물질적 욕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야기라 아예 중심 소재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에서 감독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A씨에 따르면 더 이상 작업을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의 영상 결과물이 나왔던 탓이 컸다.
지난 4일 곽기원 감독은 한 유튜버와의 인터뷰에서 제작사로부터 카메라·조명 감독까지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제작사 측으로부터 촬영한 배우 얼굴이 붉고, 이지훈에게 '나도 (바뀐) 작가와 대본을 상의한 게 없다'고 말한 부분을 지적 당한 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곽 감독은 제작사 쪽에서 새로운 작가와의 소통을 차단하듯 했다고 알렸다.
이에 A씨는 "그냥 붉은 게 아니라 A캠, B캠을 찍는데 두 영상 결과물의 색이 너무 달라서 D.I(색 보정) 작업이 안 될 정도였다. 기사님이 잡을 수 없다고 하더라. 그 분량은 방송에 못 나가고, 다 못 쓰게 됐다"며 "제가 이 일을 15년째 하는데 그런 상황이면 바로 캐치해서 시정에 들어가야 한다. 편집실에서는 신경 써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알았다고 했지만 계속 그렇게 찍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촬영을 8일 나가는데 한 번 나갈 때마다 2천만~3천만원씩 드니까 아마 억대 손해가 났을 거다. 대본 역시 작가 교체 이후에도 계속 보내드렸고 피드백 받아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이메일에 전부 내역이 남아 있다. 작가 만나서 회의하자, 신인 배우들 연기 봐달라, 대본 리딩 하자고 해도 전부 감독님이 거절했다"고 당시 제작 상황을 말했다.
이에 대해 박계형 작가와 곽 감독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박 작가는 "8월 21일 상암동 모처에서 제작사 대표를 만나 '선우(이지훈)가 그만둔다고 난리'라며 여기서 빠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A씨가 말한 회의는 대본 아이디어를 나누기 위한 회의였고 선우 캐릭터 동선 문제를 놓고 아이디어를 공유해달라고 했을 뿐, 그 자리에서 제가 관두겠단 이야기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지훈씨 분량과 관련된 수정 요청 사항은 최대한 반영했다. 여자 주인공 캐릭터 표현, 선우 캐릭터 개연성 문제로 마찰을 빚었던 적은 있었다"며 "애초에 이지훈씨 한 명이 제작사에 요청해서 제가 해고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혀 무관하진 않지만 제작사가 이지훈씨 불만에 너무 귀를 기울여 과잉반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곽 감독은 "첫 테스트 촬영과 마지막 촬영 검토 당시 각기 제작사와 D.I 업체로부터 (영상에) 붉은 기운이 돌지만 작업에는 무리가 없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작가가 교체되고 대본이 바뀌는 과정에서 보통 연출과 방향성을 논의하지만 그런 게 없었고, 새 작가와 회의를 하자는 제안을 받은 바도 없다. 제작 상황이 비상식적으로 돌아갔다. 수정된 대본이 첫 촬영 4일 전에 나왔고 일주일만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안된다고 해서 급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또 "8회차 대본이 나온 아침에 이지훈씨가 '대본 보셨냐'고 물어왔다. 당연히 저는 촬영하느라 대본을 보지 못해서 '작가와 소통을 못했지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상의하자'고 했다. 그 얘기가 해고 통보를 받은 날 제작사 대표에게서 나왔다. '왜 배우에게 작가와 소통 안 된다고 하냐'고 따져 물었다. 사실상 영상 문제보다 훨씬 비중 있게 이야기해서 해고 사유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지훈은 최근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지인이 촬영장에서 스태프에게 욕설, 협박 등을 하고 이지훈의 분량 불만으로 '스폰서' 이전 제작됐던 '욕망' 작가와 감독이 하차했다는 것. 이지훈은 지인과 스태프 마찰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작가와 감독 하차에는 무관하다는 해명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