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20전투비행단과 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피해자 이모 중사를 죽음으로 몰고 가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성추행 사건이 문제가 됐을 당시, 공군이 또 다른 성추행 사망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공군 8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망 사건을 공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올해 5월 11일 공군 8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A하사가 영외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군사경찰은 해당 변사 사건을 6월 10일 '스트레스성 자살'로 종결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수사 과정에서 A하사의 상급자인 이모 준위가 A하사 볼을 잡아당기는 등 두 차례 성추행한 사실을 자백했고, 피해자 숙소를 방문하고 업무와 상관없는 연락을 한 사실이 파악됐다.
발언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연합뉴스이 준위는 5월 9일 자신의 차에서 20분 동안 A하사를 만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했고, A하사가 숨진 채 발견된 그날에는 출근 시간(오전 8시) 30분 전부터 23차례 전화를 걸고 주임원사와 함께 A하사 숙소에 찾아가 방범창을 뜯고 숙소에 들어갔다가 A하사 시신을 발견했다. 군 검찰은 두 사람을 주거침입, 재물손괴 등 혐의로 수사해 기소했다.
유족은 이런 앞뒤 정황을 미심쩍게 생각해 수사 지휘부에 구속수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일단 가해자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군사경찰은 강제추행 관련 정황을 알고 있었고 5월 21일 이 준위를 불러 강도 높게 캐물은데다, 6월 초엔 거짓말탐지기 검사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이 준위에게 강제추행 혐의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가, 공군본부 보통검찰부가 8월 3일 뒤늦게 그를 입건해 10월 14일 기소했다. 이에 따라 주거침입과 강제추행 두 사건은 별개로 기소됐다가 11월 2일 3차 공판에서 재판부에 의해 병합됐다.
연합뉴스군인권센터는 군 검찰이 "(유족이 수사를 요청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를 조사하다 보니 강제추행 소지가 있어 입건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강제추행 사실을 수사 과정에서 인지했음을 숨기고 주거침입 등만 기소했다가, 뒤늦게 슬그머니 강제추행 건을 입건했다"고 비판했다.
이 중사 사건으로 군 성폭력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해당 사건이 함께 언론에 부각되는 일을 피하려 했다는 이야기다.
공군은 이에 대해 "사망 사건 발생 이후 강제추행 등 극단적 선택 원인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했으며, 수사 진행 과정에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순직이 충분히 인정돼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며 "강제추행에 대해서도 사망 사건 발생시부터 지속적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10월 14일에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