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 합류한 두산 미란다. 연합뉴스
"예상 외로 좋아서 길게 갈 수도 있고"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어깨 부상을 털어내고 복귀할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에게 거는 기대감은 결코 적지 않다.
이제는 더 절박해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가을야구의 험난한 관문들을 파죽지세로 통과한 두산의 기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두산은 15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대6으로 졌다. 1차전에 이어 2차전마저 내줬다. 올해 포스트시즌 첫 연패다.
두산은 허리 상태가 100%가 아닌 곽빈을 1차전 선발로 내세우면서 마운드의 주축 최원준에게 휴식일을 하루 더 보장해줬다. 그가 정규리그 막판부터 강행군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최원준은 고전했다. 4⅓이닝 6피안타 4사사구 2탈삼진 6실점을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두산이 0대4로 뒤진 5회말 1사 만루에서 구원 등판한 홍건희가 장성우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면서 사실상 2차전 승패가 결정됐다.
두산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필승조를 절묘하게 활용해 큰 효과를 누렸지만 1차전 이영하에 이어 2차전 홍건희마저 부진했다.
4선승제 시리즈에서 먼저 2패를 당한 두산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정규시즌 막판 어깨가 좋지 않아 그동안 포스트시즌 경기에 뛰지 못했던 미란다에게 한국시리즈의 운명이 걸렸다. 말 그대로 미란다의 '어깨'가 무겁다.
미란다는 올시즌 14승5패 평균자책점 2.33을 올린 두산의 에이스다. 총 225개의 탈삼진을 기록해 역대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도 갈아치웠다.
미란다는 플레이오프 기간에 캐치볼을 시작했고 현재 어깨 통증이 잦아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 개막 하루 전에 미란다를 3차전 선발로 예고하면서 복귀를 알렸다.
최근까지 투수에게 생명과도 같은 어깨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에 미란다가 정규시즌에 보여준 기량을 100%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김태형 감독은 "어떤 상황이 나올지 모른다"며 "예상 외로 좋아서 길게 갈 수도 있고.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체크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미란다가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인다면 두산은 시리즈 반전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 연출된다면 이미 지칠대로 지친 두산의 마운드 계산은 더욱 복잡해진다.
미란다는 "동료들과 함께 가을야구를 즐기고 싶었고 경쟁하는 걸 매우 좋아하는데 할 수 없어 상심이 컸다"며 "100구 이상은 어렵다. 투수 코치와 상의해서 투구수 내에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견디는 데까지 최대한 던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미란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