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황재균. 연합뉴스
"16년째 야구를 하면서 한국시리즈는 솔직히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프로야구 KT 위즈의 베테랑 황재균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남긴 말이다.
2007년 KBO 리그에 데뷔한 황재균은 작년까지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KT가 창단 후 처음으로 KBO 리그 정규시즌 정상을 차지한 올해 마침내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황재균은 한국시리즈 데뷔 무대였던 지난 14일 1차전에서 체면을 구겼다. 타석에서 안타 없이 1타점을 올린 그는 9회초 두산 박세혁의 타석 때 평범한 뜬공을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아웃이라 생각하고 1루로 뛰지 않은 박세혁의 착각 때문에 KT는 타자주자를 잡아냈고 황재균의 실수는 공식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이후 두산이 연속 안타를 때려 점수를 만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약 박세혁의 실수가 없었더라면 황재균의 실수는 KT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도 있었다.
황재균은 곧바로 자존심을 되찾았다.
황재균은 15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1회말 1사에서 두산 선발 최원준이 던진 시속 133km짜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선제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단기전 승부에서 경기 초반 선취점의 의미는 매우 크다.
황재균은 이날 수비에서 더 빛났다. 한 차례 병살 플레이를 펼치는 등 어려운 타구가 와도 베테랑답게 침착하게 잡아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KT 수비는 초반 제구력이 흔들렸던 소형준에게 큰 힘이 됐다. 소형준은 6회까지 실점 없이 버텼고 KT는 5회말 대거 5점을 뽑아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KT는 두산을 6대1로 완파하고 파죽의 2연승을 달렸다. 한국시리즈가 남 얘기 같았던 황재균은 불과 2경기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