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15일(현지시간)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으로 개최한 2021 KF-CSIS 한미전략포럼에 참석해, 한미동맹 발전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우리정부가 공을 들여온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가시권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종전선언과 관련돼 "조만간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평화제체 전환'까지 언급하는 등 잇따라 긍정 신호를 발신하고 있다.
최 차관은 15일(현지시간)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공동 주최의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우리정부는 휴전상태를 평화체제로 전환 과정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을 위해 방미중인 그는 전날 종전선언과 관련해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평화체제 전환 언급은 종전선언 진전 언급에서 한 발 더 나간 발언으로 들린다.
그는 이날(15일) "종전선언은 남북미가 평화체제를 형성하는 입구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평화체제는 기존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며 생기는 새로운 체제로, 종전 즉 전쟁의 종식이 전제돼야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최 차관의 언급은 종전선언 실현은 시간 문제이며, 이후 장기적으로 평화협정 체결 작업에까지 돌입한다는 뜻이다.
물론 북한의 반응은 또 다른 변수다.
한미가 종전선언문을 내놓은 뒤 막상 북한이 거부하면 그 같은 과정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이 적대의사가 없다는 것을 '행동적 증거'로 보여달라고 한 만큼 종전선언은 북한이 요구한 '행동적 증거'로 받아들일 만한 카드다.
따라서 미국과의 대화 명분을 찾아온 북한도 한미가 어렵게 마련한 종전선언 문안을 거부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한미가 조율해온 종전선언문은 완성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종전선언문을 북한에 전달할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 차관은 "종전선언 추진에 있어 한미 간에 이견이 없고 이것을 언제, 어떻게 하는 방법론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날 말한 바 있다.
북미 대화 통로가 막힌 반면 남북한 협상 채널은 살아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문을 가지고 북한과 물밑 접촉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부터 이견이 나오지 않을 경우 종전을 공식적으로 언제 선언할지는 미국 정부가 결정할 공산이 크다.
북한과의 종전선언이 미국 국내 정치에 미칠 파급 효과를 저울질한 뒤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국정지지율이 41%로 추락해 있는 등 국정동력을 만회할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과의 평화협정에 대해서는 미국 국민 절대 다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의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북한의 핵개발 유예를 조건으로 '북한과 평화협정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7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 '평화체제' 관련 발언 전문(2021년 11월 15일, 워싱턴 CSIS 포럼) |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제76차 유엔 총회에서 다시한번 종전 선언을 제안했다. 우리 정부는 한국전쟁을 종식시킴으로써 비핵화의 돌이킬 수 없는 진전을 이루고 비정상적으로 긴 휴전상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시작하려 한다. 가야할 길이 멀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생각해 보라. 대한민국 말고 누가 그런 대담한 구상을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느 나라가 그렇게 하기에 더 적합한가? 평화체제는 한반도의 미래를 규정하는 일련의 규범과 원칙들로 구성될 것이며 여기에는 남북 정치관계,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경제 및 사회적 교류 등이 포함된다. 종전 선언은 비핵화 대화와 평화 회담을 위한 길을 열어줌으로써 남북한과 미국이 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데 의미 있는 진입점(entry point)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 과정을 시작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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