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 턱밑까지 쫓아오는 등 '빌리기도 갚기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은행들만 대출 이자로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사실상 금융당국이 이를 부추긴 것 아니냐는 불만도 들린다.
빚 내기도 어렵고 빚 갚기도 어렵네···서민들만 '고통'
강력한 대출 조이기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빚을 갚는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는 5%대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를 연 3.58~4.78%로 운영한다. 같은 유형 상품의 경우 우리은행은 3.44~3.95%로, NH농협은행도 3.63~3.93%로 올려 적용한다.
이는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금리인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이다. 10월 중 신규 취급액기준 코픽스는 1.29%로 전월대비 0.13%p상승했다.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는 지난 6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했으며, 이미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 되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연합뉴스이에 더해 이달 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고돼 있어 대출금리의 추가 인상도 시간문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계속되는 한편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주담대나 신용대출 금리가 연말에는 6% 수준까지도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기조에 따라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과 관계없이 이미 자체적으로 대출을 조이며 대출이자를 높이고 있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대출 조이기와 금리 인상이 맞물리며 '기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 은행의 대출금리가 제2금융권인 상호금융이나 새마을금고를 뛰어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당국이 제1금융권의 대출을 죄는 반면,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하면서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됐다.
시중은행 "어쩔 수 없다"지만···3분기도 사상 최대 실적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출 억제 압박을 받고 있는 은행들은 대출 관리 명목으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높이고 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우대금리로 구성되는데 가산금리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산정할 수 있다.
결국 자체적으로 금리를 조정해 대출자금 조달비용을 훨씬 웃도는 이자 이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예금금리는 제자리걸음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예대금리차(잔액 기준)는 지난해 12월 2.05%에서 올해 9월 2.14%로 커졌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많이 올렸다는 뜻이다.
연합뉴스실제로 은행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6일 공개한 '국내은행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대출잔액 증가와 순이자마진 개선에 힘입어 국내 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15.5조원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그대로 두면서, 대출금리와 가산금리만 올려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글도 등장했다.
이달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에서 청원인은 "2019년 2월에 이율 2%대로 중도금 대출을 받았는데 최근 중도금 상환 및 잔금대출을 하려니 이율이 4%라고 한다"며 "이런 상황은 현 정부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대출을 제한하니 금융기관이 갑이 돼 버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직장인 한 모(39)씨는 "정부가 집값, 전세값 다 올려놓고 대출도 못하게 하고, 빌린 대출도 갚기 어렵게 끌고 온 것 아닌가. 결국 웃는 건 은행 뿐"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시장 손에 맡겨야" 한다는데…"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발언하는 정은보 금감원장.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당장 개입하기 보다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관련 질문에 "금리라는 것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으로 시장 자율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감독 차원에서는 계속해서 아주 신중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측도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결정되는 대출금리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나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큰 틀에서 서민 등을 대상으로 한 금융정책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는 세계적인 추세나 급등하는 물가를 고려할 때 올릴 수 밖에 없는 추세"라면서도,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의 경우 세세하게 재정 정책으로 커버해줘야 하는데 지금 가계부채를 잡겠다면서도 재정은 풀고 있어 큰 틀에서 엇박자가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