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동극장 제공"다시 공연하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기쁩니다."
16일 막을 올린 2021 국립정동극장 연극시리즈 '더 드레서' 출연진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더 드레서'는 지난해 11월 국립정동극장에서 초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총 48회차 중 19회차만 공연한 후 중단됐다.
작품의 배경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리어왕' 공연을 앞둔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의 분장실이다. 인생의 끄트머리에 다다른 노배우 '선생님'(송승환)과 그와 오랜 시간 함께 한 드레서(의상 담당자) '노먼'(오만석·김다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꼭 1년 만에 무대에 선 송승환은 16일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더 드레서' 프레스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한 칸 띄어앉기로 인해) 여전히 객석을 꽉 채우지 못하는 상횡이다. 아쉽지만 다시 공연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고 기쁘다"며 "연극의 묘미는 배우과 관객이 직접 소통하는데 있다. 극장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고 했다.
국립정동극장 제공원작은 로널드 하우드의 동명 희곡이다. 전쟁통에서도 연극을 멈추지 않는 극중 상황과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서도 연극을 올리는 지금의 상황이 흡사하다.
오만석은 "작품의 배경과 내용이 2020년·2021년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래도 팬데믹 발생으로 두려움과 불안감이 팽배했던 지난해와 달리 지금은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지켜야 할 건 지키게 됐다"며 "연습하면서 이 부분이 크게 와 닿았다"고 했다.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김다현은 "힘든 현실을 버티고 살아 남으려는 모습,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믿음으로 공연을 이어가는 모습이 지금 제 모습과 닮았다. 그래서 작품에 빨리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1년간 작품의 디테일을 다듬고 극의 밀도를 높였다. 장유정 연출은 "1막과 2막을 합쳐 인터미션(휴식시간)을 없애고 장면마다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지점을 추가했다. 소품도 통일성 있게 바꿨다"고 말했다. 또 "김다현과 양소민, 유병훈 등 새로 합류한 배우들의 특성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심각한 팬데믹 속에서도 연극은 계속된다. 코로나19 시대에 연극은 어떤 역할을 할까. 장유정 연출은 "삶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보게끔 한다. 인생을 가까이에서 보면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데 떨어져서 보면 여유가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연극은 좋은 온도를 가진 예술"이라고 했다.
송승환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주옥같은 작품이다. 초연 때 그냥 넘겼던 대사가 지금은 보다 깊이 있게 다가온다"며 언어의 맛을 음미해볼 것을 권했다.
사모님 역은 정재은과 양소민, 제프리 역은 송영재와 유병훈, 맷지 역은 이주원, 옥슨비 역은 임영우가 맡는다. 국립정동극장에서 2022년 1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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