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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심재명 대표 "'태일이'는 명필름의 오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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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심재명 대표 "'태일이'는 명필름의 오랜 꿈"

    영화 '태일이'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상>
    전태일 영화에 대한 꿈, 애니로 이루다

    영화 '태일이'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명필름 제공영화 '태일이'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명필름 제공모두가 함께하는 세상을 위해 스스로 불꽃이 되었던 스물두 살 청년 전태일이 2021년 다시 돌아왔다. 우리가 아는 전태일 열사와 다른 듯하면서도 어쩐지 친숙한 모습으로 말이다.
     
    영화 '태일이'는 노동운동 역사의 상징이자 노동자들의 외침 그 자체인 전태일을 스크린으로 불러온 작품인 동시에 명필름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도전이다. 명필름이 오랫동안 꿈꿔 온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열네 살 가난한 소년이 평화시장 앞에서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린 채 불을 붙이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재봉틀이 아니다!"라는 말을 외치며 떠날 수밖에 없었던 노동운동가로서의 삶 뒤에 숨어 있던 '청년 전태일'의 삶을 꺼내어 놨다.

    최근 '태일이'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를 화상으로 만나 어떻게 전태일 열사의 삶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시 관객들과 마주할 수 있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 명필름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전태일 열사의 삶을 그린 '태일이' 개봉을 앞둔 소감은 어떤가?
     
    심재명 대표(이하 심재명): '마당을 나온 암탉'(2011) 이후 10년 만에 장편 애니메이션을 극장에 내놓게 됐다. '위드 코로나'에 들어섰지만, 영화관에 찾아오는 관객들 발걸음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애니메이션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게 부담도 된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고생해서 만든 영화를 완성하고 관객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만감이 교차한다.
     
    ▷ 전태일 열사의 삶을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스크린에 옮겨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계기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심재명: 명필름 이은 대표이사가 영화제작집단 장산곶매에서 영화 '파업전야'를 만든 후부터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런데 1995년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감독 박광수)이 세상에 나오며 그 꿈을 접어야 했다. 이후 나와 영화사를 차리고 막연하게 생각만 해오다가,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이 크게 흥행하며 용기를 얻었다.
     
    최호철 만화가의 만화 '태일이' 5권을 보면서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다. 영화를 실사로 만든다면 100억원 이상 제작비가 들 텐데,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에 보편적 정서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애니메이션 제작을 결심하게 됐다.


    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 전태일 열사의 삶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내는 작업을 장편은 처음인 홍준표 감독에게 맡겼다.
     
    심재명: '마당을 나온 암탉'을 함께 만든 김선구 프로듀서가 연출 스타일이나 정서 등이 '태일이'에 잘 맞을 것 같다며 홍준표 감독을 추천해줘서 같이 하게 됐다. 홍 감독은 애니메이션에서 굉장히 중요한 빛을 잘 다루고, 치밀함과 섬세함이 있다. 제작자로서 홍 감독에게 '태일이'가 극장용 장편 애니를 계속 만들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흔히 우리가 아는 전태일 열사의 이미지가 강렬하다면, '태일이' 속 캐릭터 작화는 둥글둥글하고 친숙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캐릭터 이미지를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컸을 것 같다.
     
    심재명: 아주 초반에는 실존 인물과도 많이 닮고 훨씬 더 리얼하게 그려졌다. 그런데 좀 더 청소년이나 젊은 관객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하다가 점점 캐릭터가 지금 보는 것처럼 바뀌었다. 비유가 적합할지 모르겠는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처럼 청춘물의 아름다움, 정서적이고 부드러운 그림체가 지금에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 '마당을 나온 암탉'에 이어 '태일이'에서도 장동윤, 염혜란, 권해효 등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이 배우들에게 더빙을 맡기게 된 이유가 있을까?
     
    심재명: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안젤리나 졸리나 톰 행크스처럼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데, 할리우드처럼 '선녹음 후작화' 제작 방식을 따랐다. 배우들이 녹음을 먼저 하고 캐릭터를 그린 후 최종 목소리 연기를 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 속 주요 인물을 가장 맞춤하게 연기해 줄 사람들이 누구일지 고민한 끝에 지금 배우들에게 부탁했고, 흔쾌히 들어줘서 정말 감사하다.

    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 '태일이'를 보면 우리가 잘 몰랐던 인간 전태일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그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다양한 연령대 관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을 낮춰 전태일 열사의 삶에 다가간 것 같다.
     
    심재명: '태일이'는 처음부터 아예 전태일 열사의 삶 그 자체로 돌아가서 이야기하려고 마음먹었다. 의외로 실존 인물의 실제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 여러 시행착오 끝에 어린 시절을 6분 내로 짧게 전한 후 본격적인 이야기는 열아홉 살 평화시장 재단 보조부터 스물두 살까지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어려웠다.
     
    왜 이 사람이 그토록 함께 일한 동료, 어린 여공에게 연민을 가질까,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 등을 영화로 설득시키는 것, 그 사람의 언어로 담담하게 풀어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전태일의 입장이 되어 그의 생각, 선택, 행동을 왜곡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진솔하고 진실하게 보여주자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 완성된 '태일이'에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심재명: 앞부분 어린 시절에 어머니와 다시 만나기까지 과정을 6분 정도 분량으로 압축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업'에서도 맨 앞에 부부의 이야기를 어린 시절부터 이별까지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시퀀스가 있는데, 이런 시퀀스는 애니메이션만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또 근로기준법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서점에서 책을 사 밤새워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전태일이 저렇게까지 열과 성을 다해 책을 독파해 가는 모습이 뭉클했다.
     
    ▷ 지금 다양한 단체를 대상으로 시사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인상적인 반응이 있었나?
     

    심재명: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선생(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를 괜히 보여드렸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우셨다. 어머니가 우리와 다르게 더 각별한 감정을 느끼셨을까, 하나의 슬픔을 드린 건 아닌가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교육계 쪽에서는 훌륭한 교육 자료이자 좋은 애니메이션이라고, 노동계 쪽에서는 다시 한번 노동운동을 되새기고 노동자간 연대의 고리로서 의미 있다고 말해주셨다. 영화를 미리 보신 분들이 전부 응원하고 지지해 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 영화를 보면 극 중 태일이에게 한 마디 건네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된다. 만약 청년 전태일에게 한 마디 건넬 수 있다면 뭐라고 말해주고 싶나?
     
    심재명: 영화 속 대사로도 있다. '태일아, 너 참 대단해. 그리고 고마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스물두 살 청년이 정말 예수나 성자와 같은 삶을 살았다는 것이 대단하다.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면서까지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희망의 마음을 품었다는 자체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참 고맙다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
     
    ▷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노동자야말로 지금의 전태일들이다. '태일이'를 통해 현실의 전태일들에게 건네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심재명: 연민을 넘어서 실천하고 행동하는 전태일이라는 사람의 모습에 나 역시 한 사람으로서 감동받았다. 노동의 형태 등은 많이 달라졌고 전태일 열사 덕분에 좋아진 면도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부의 양극화나 또 다른 노동문제가 생기는 거 같다.
     
    김용균, 이선호, 스크린도어 김군 등 산업재해 현장에서 보이는 청년들의 어이없는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빤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것, 그것이 굉장히 소중한 가치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마지막으로 예비 관객들에게 '태일이'만의 매력을 이야기해 준다면?
     
    심재명: 99분이 굉장히 빠르게 지나가면서 의외의 재미 그리고 마지막에는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홍보 멘트를 날리고 싶다.(웃음)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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