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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3번의 영장 기각'…'용두사미' 고발 사주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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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처 '3번의 영장 기각'…'용두사미' 고발 사주 수사

    손 검사 구속영장 재청구 '기각'…"구속 필요성·상당성 소명 부족"
    1차 영장 기각 사유와 유사…구체적 증거나 진술 등 제시되지 않은 듯
    손 검사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 마무리될 듯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가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가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체포영장과 1·2차 구속영장이 법원으로부터 모두 기각되면서 '고발 사주' 수사가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지휘부는 이 사건을 진두지휘하며 수사력을 집중했지만, 수사가 미진하다는 판정만 거듭 받아들었다. 결국 숱한 의혹만 남긴 채 수사가 흐지부지될 공산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손준성 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10월 26일 1차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이유인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더 나아갔다. 방어권 보장 필요까지 언급하며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그래픽=김성기 기자공수처는 2차 영장 청구에선 고발장 전달 경로를 좀 더 구체화했다. 지난 1차 영장 청구서에서 '성명불상'으로 남겨놨던 고발장 작성자와 전달자를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 2명 등'으로 적시했다. 다만 작성자를 특정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검사가 단독으로 검사 등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했고, 이들로부터 고발장을 전달 받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준 것으로 범죄 사실을 구성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구속의 사유, 필요성과 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기각'을 한 점을 고려해볼 때, 공수처가 영장에서 구체화했던 내용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나 진술 등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장 재청구 사유로 거론됐던 다른 검찰 관계자가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취지의 내용도 근거로 뒷받침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의 고발 사주 수사는 법원으로부터 세 번이나 제동이 걸리면서 나아갈 동력을 크게 잃었다. 고발 사주 의혹은 손 검사가 대검의 '윗선'과 공모해 고발장 작성에 관여하고 이를 야당에 고발하라고 사주했다는 게 골자다. 여기서 핵심 인물이 손 검사다.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김 의원으로부터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에 '손준성 보냄'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고리로 대검 간부들이 고발 사주에 관여했는지를 밝혀내려고 했지만, 그 첫 고리부터 풀어내지 못한 것이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공수처의 무리한 수사도 고발 사주 수사 발목을 잡는다. 김 의원이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청구한 준항고가 법원으로부터 인정됐고, 손 검사도 준항고를 청구했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준항고를 낸다고 한 날,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이에 손 검사 측은 '보복 영장'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속영장 청구는 수사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후일 기소를 하더라도 증거 인멸 혹은 도주로 정의의 공백이 발생할 때 하는 게 일반적인데, 공수처 영장 청구는 이와 다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손 검사는 이날 새벽 영장 기각 뒤 서울구치소에서 나서며 "거듭된 공수처의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미 영장 청구를 남발해 비판을 받아온 탓에 손 검사에 대한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파악한 내용을 바탕을 손 검사의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손 검사의 혐의조차 밝히지 못해 윤 후보까지 수사가 뻗어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지난 2일 저녁 영장이 기각돼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지난 2일 저녁 영장이 기각돼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공수처의 존재 자체도 위태롭다. 공수처가 총력을 기울인 고발 사주 수사가 좌초될 위기에 놓이면서 사면초가 상태에 놓였다. 수사의 기본도 지키지 못해 적법절차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수사 역량도 한참 못 미친다는 게 이번 수사로 드러나서다. 여야로부터도 공격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여당은 고발 사주 수사가 미진했다는 점에 대해 압박을 할 것이고, 야당은 공수처 존재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법무법인 이공 소속 양홍석 변호사는 "고발 사주 수사가 세 달이나 진행되면서 공수처는 대외적인 신뢰와 권위를 잃었다"면서 "기소는 하겠지만, 이 상태에서 공소 유지를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양 변호사는 "공수처의 신뢰를 무너뜨려 공수처의 수사가 필요없다는 여론이 높아진 데 대해 공수처 인적 구성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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