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세보증금을 받아서 내년 초 입주할 아파트의 잔금을 내야 하는데, 집주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집을 내놓은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보러오겠다는 연락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집주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A씨는 입주 전까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강도 높은 대출규제에 금리인상, 겨울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주택 거래 수요가 뚝 떨어진 가운데 정치권까지 부동산 정책을 저울질 하면서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대선후보는 양도소득세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부동산 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이후 청와대와 정부는 부인하며 여권 내에서 정책을 두고 '추진한다→추진 안 한다→다음 정부가 추진한다'는 식의 핑퐁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정책 불협화음은 대선을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과 시너지 효과를 만들며 부동산 거래시장을 '올스톱'시키는 모양새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이한형 기자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올해 1~10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2천~5천건, 전월세 거래는 1만 2천~1만 6천건씩 거래됐는데, 지난달 매매는 1295건, 전월세 거래는 1만 683건으로 뚝 떨어졌다. 특히 매매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7856건이 거래됐는데 이번 달 1~22일 매매 거래는 단 219건에 불과하다.
시장이 얼어붙은 시기는 피해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할 수 있겠지만, 지금 꼭 이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나 자녀 교육 문제로 이사 등으로 이사 갈 집을 미리 마련해둬서 현재 사는 집을 팔거나 전세보증금을 받아야 이사를 갈 수 있는데, 집을 팔아야하는 사람은 호가를 내려도 매수세가 붙지 않고 보증금을 받아서 나가야하는 세입자도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받는데 어려움이 생기고 있어서다.
서울 강서구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사 날짜가 다가오는 집주인들이 호가의 3천만 원, 5천만 원씩 내리기도 하는데 매수문의가 전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다음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받아서 움직여야 하는 세입자들도 답답하기는 마찮가지다.
A씨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입주를 할 수도 있지만 이자부담 등을 생각하면 하루 빨리 보증금을 돌려받아 새 집에 입주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집주인은 '임대차3법을 생각하면 다음 세입자가 나서지 않는다고 보증금을 마냥 낮춰서 세입자를 받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내년 대선 전까지는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기조가 달라지지 않을 예정이고, 대선 이후 관련 정책의 변동 가능성도 있는 만큼 거래 절벽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