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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 민간임대 '조기분양' 논란…국토부는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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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반, 민간임대 '조기분양' 논란…국토부는 '뒷짐'

    호반, 임대 9개월 만에 조기분양 통보…12억~19억 원 수준
    임차인 '과도한 분양가' 반발…분양가상한제 회피 의혹 제기
    전문가, 과도한 시세차익 제한 장치 필요…국토부 "법상 문제없는데"

    위례호반써밋 아파트 창문마다 호반산업의 조기 분양전환 등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 호반써밋분양대책위원회 제공위례호반써밋 아파트 창문마다 호반산업의 조기 분양전환 등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 호반써밋분양대책위원회 제공민간임대아파트 사업자가 중산층 주거 안정 기여라는 사업 목적은 외면하고 이익을 최대로 늘리기 위해 조기 분양을 추진하면서 임차인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유사한 사태가 우려되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는 모습이다.

    민간임대로 분양가상한제 회피, 실수요자 부담↑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민간건설 임대주택(2019년 12월 단기임대 기준)은 1만 2천여 가구고 이 중 아파트는 5400여 가구다.

    지난 2015년 민간임대주택은 '뉴스테이'라는 명칭으로 무주택자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서민들이 집을 살 돈을 모을 때까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하도록 장기(8년)와 단기(4년) 형태로 운영됐다.

    하지만 임대업자가 일정 기간 임대수익을 얻은 뒤 조기 분양전환하는 과정에서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임의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이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임대기간에 내집 마련을 준비하던 실수요자들이 분양전환 시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제시할 경우 과도한 분양가 부담을 그대로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연합뉴스국토교통부. 연합뉴스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 4년 단기 민간임대주택 제도를 폐지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지만, 임차인이 동의할 경우 조기분양을 할 수 있게 해줘 오히려 임대업자가 서둘러 원하는 값에 분양전환을 할 수 있게 됐다.

    임차인 '과도한 분양가' 반발…분양가상한제 회피 의혹 제기


    최근  불거진 경기도 하남의 '위례호반써밋'의 사업자와 임차인 간 갈등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호반산업은 위례호반써밋 임차인 699가구에 조기분양 접수를 통보했다. 입주 9개월여 만이었다.

    호반이 제시한 분양가는 12억~19억 원 수준이다. 아파트 규모가 101~147㎡로 비교적 큰 규모에 속하지만 9개월 밖에 지내지 못한 임대인에게 제시하기에 적합한 가격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조기 분양전환가에 대해 반발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는 임차인들. 호반써밋분양대책위원회 제공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조기 분양전환가에 대해 반발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는 임차인들. 호반써밋분양대책위원회 제공임차인들은 대출규제까지 강화된 상황에서 수억 원을 2개월여 만에 준비하기엔 분양가가 너무 높다며 집회를 지속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호반써밋분양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보증금으로 공사비를 메워놓고 입주 1년도 안 돼 고점을 찍은 주변 시세를 기준삼아 과도한 분양가를 내밀었다"며 "소수의 임차인 의견만으로 고분양가 조기분양전환을 강행하는 걸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위례포레자이, 힐스테이트센트럴위례 등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인근 아파트들의 분양가가 7억~8억 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호반은 최대 10억 원 이상 높은 가격을 요구했다.

    호반은 이런 인근 일반분양 단지들과는 달리 이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지으면서 '분양가상한제'를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민간임대주택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 "과도한 이익 제한해야"…국토부 "달리 대책 없어"


    전문가들은 정부가 민간임대주택 제도를 설계하면서 사업자가 시세에 가깝게 분양전환가를 임의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게 '분양가 갈등'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계속 오른 점을 고려하면, 임대주택을 분양전환 할 때 분양가가 급등할 것이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이를 제한할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정부가 임대사업자 참여 유도를 위해 이미 규제를 풀어주고 세제 혜택들을 제공해놓고, 업자가 마음대로 분양가격까지 시세에 맞춰 잡을 수 있도록 풀어준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제도 자체가 서민을 위한 것인 만큼 분양가를 건설원가의 1.3~1.5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거나, 분양전환 시점에라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서 대신 적정 추가 이익분을 덧붙여 준다든지 해서 분양가 인하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위례호반써밋의 조기 분양전환 과정에서 임차인들과 분양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호반산업이 해당 사태에 대한 공고문을 아파트내에 부착했다. 법적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조기매각 신청을 지속해서 받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파트 입주민 제공지난 21일 위례호반써밋의 조기 분양전환 과정에서 임차인들과 분양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호반산업이 해당 사태에 대한 공고문을 아파트내에 부착했다. 법적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조기매각 신청을 지속해서 받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파트 입주민 제공국토부는 분양가에 대한 임대업자와 임차인 간 갈등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법을 바꿔 소급 적용하거나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간임대아파트 건설과 조기 매각은 법적 절차를 따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얘긴데, 이는 호반의 논리와 같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시장 과열은 제도 도입 시기엔 예상할 수 없었다"면서도 "임차인이 분양전환을 원치 않으면 기존 임대의무기간인 4년의 거주가 계속 보장되므로 당장 주거불안을 초래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민간이 관여하는 사업이라 수익성을 높이려는 행위 자체를 통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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