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럭비협회 로고.서울시럭비협회장이 올해 초 있었던 협회장 선거운동 당시, 유권자가 '특정 가능한' 투표 방식을 강요하는 등 부정 행위를 통해 당선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송연호 서울시럭비협회장은 지난 1월 20일 협회장 투표를 앞두고 투표권이 있는 협회 관계자 다수를 찾아가 "투표용지의 특정 위치에 도장을 찍으라"고 강요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유권자 중 누가 지지했고, 반대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비밀 투표 원칙을 깬 것이다.
서울시럭비협회 소속인 관계자 A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에 "지난 1월 송씨로부터 '투표용지의 특정 위치'에 표를 찍으라는 말을 들었다. 다른 학교들도 찾아가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안다"며 "각 학교마다 다른 위치에 투표 도장을 찍게 해 각 학교에서 누가 본인에게 투표를 했고, 반대한 사람은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털어놨다.
A씨는 "송씨가 '투표함을 개봉하면 누가 누구한테 투표했는지 다 알 수 있다'고 말해 압박감을 느꼈다"며 "A씨가 협회 회장으로 부임하기 전에는 럭비판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심판위원회 위원장으로 부임하고 있었다. 실제로 개표 상황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박종민 기자심판위원회는 상위 기구인 대한럭비협회 이사회 소속 위원회 중 하나로 매 경기의 심판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서울시럭비협회 소속 대학, 중·고등학교 럭비부가 출전하는 대회의 심판을 심판위원회에서 정하는 등 럭비계에선 나름 큰 권한을 행사하는 위치다.
또 다른 유권자인 B씨 또한 "선거 전 특정 위치에 투표하라고 압박했다"며 "선거 한 달 전쯤부터 본인과 인연이 있는 럭비팀 관계자들은 만나고 다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A씨와 관련한 인물들이 개표 위원으로 있어 개표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팀이 총 8팀 정도로 적어 이 같은 방법이 통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럭비협회에 소속된 학교는 총 8팀으로 대학교 2팀, 고등학교 3팀, 중학교 3팀이다. 작년 1월 선거 당시 각 학교 별로 약 4표가 부여됐다. 투표권은 각 학교 감독, 코치, 학생 중 무작위로 부여된다. 투표를 할 수 있는 단체는 8개 학교와 대한럭비협회 소속 동호인부다. 회장의 임기는 당선일로부터 4년이다.
또한 회장은 시장기예선전을 포함한 럭비 경기를 추진·개최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권한을 갖는다. 또 협회의 부회장과 임원을 추천할 수 있고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할 경우 선임 권한이 회장에게 위임된다. 서울시럭비협회는 대한럭비협회 산하 기구로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되며 운동 선수들 사이에서는 가장 중요한 경기 중 하나로 꼽히는 전국체전 예선전인 서울시장기예선전을 주최한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한 회장 A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스마트이미지 제공한편 서울시럭비협회 비리 의혹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협회 이사를 지낸 D씨는 지난 8월 고려대학교 럭비부 감독을 찾아가 아들 입시 청탁을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협회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감독을 음해하는 허위 민원을 넣어 압박했다는 의혹이 CBS 보도로 나온 바 있다.
D씨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감독 집 앞에 찾아간 것은 맞지만, 입시 청탁이 아니라 오해를 풀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고려대 또한 협회 관계자 측이 제기한 감독 B씨의 의혹에 대해 "체육위원회에서 사실관계를 조사한 결과, 사실무근인 허위라고 판단해 민원인에게 모든 사안에 대한 답변을 완료했다"며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해 입시업무를 방해하는 것은 명백한 해교 행위라 판단해 법적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