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이한형 기자서울 아파트 시장을 시작으로 끝을 모르고 타오르던 부동산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올해 서울 부동산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추세적 하락을 공언했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보다 상승폭은 둔화되겠지만올해도 서울 아파트는 여전히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지난해보다 35.7%↓…2020년의 41% 수준
전문가들이 서울 아파트가 올해도 여전히 오를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급이다.
대출규제와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수요가 억눌려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주택 공급인 올해 입주물량은 2만여 가구로 올해보다 35% 이상 줄어들기 때문이다.
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보다 35.7%(1만1427가구) 줄어든 2만520가구로 예상된다. 이는
2020년(4만9478가구)의 41%의 수준이다.
부동산R114 임병철 리서치팀장은 "올해 입주물량(31만3823가구)은 전국을 기준으로는 지난해(28만5052가구)보다 증가(2만8771가구)하지만 서울만 놓고 보면 35% 이상 줄어든다"며 "시장이 금융규제 등으로 억눌려있지만 매수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고 공급 감소 우려 등 다양한 상승 요인들이 있어 올해 서울 아파트는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KB부동산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아파트 입주물량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든다"며 "공급부족에 따른 전세난이 내집마련 수요로도 이어질 수 있어서 전체적으로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세입자發 전세시장 불안, 매매가 밀어올릴 가능성
불안한 임대시장이 매매시장을 밀어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들은 올 여름, 이르면 올해 봄부터 새롭게 전세집을 구하게 될 예정인데, 이를 계기로
전세값이 크게 오르며 이들이 매매수요로 전환되거나 높은 전세값이 매매값을 밀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11월 기준 약 6억3224만원으로, 임대차법 시행 전인 2020년 7월(4억6458만원) 대비 1억6766만원 올랐다. 2020년 8월 계약갱신권을 사용한 가구가 첫 전세계약을 맺었을 시점인 2018년 8월(4억3419만원)과 비교하면 1억9805만원이나 올랐다.
여기에 급감하는 입주물량과 청약대기로 임대시장에 머무르는 사람들, 정비사업 이주 등까지 더해져 임대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내 집마련'으로 눈을 돌리는 세입자들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세가가 높아져서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줄어들면 전세보증금을 지렛대로 '갭투자'가 쉬워지며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올릴 수도 있다.
NH투자증권 김열매 선임연구원은 "입주물량이 줄어드는 시기에 전세가격이 내려간적이 없다"며 "올해 입주물량 감소로 전세가격이 상승사이클인데 임대차법 시행 2년까지 맞물리기 때문에 임대차법과 대출규제를 그대로 가져가는 상황이라면 하반기에 서울 전세가가 많이 오를 것이고, 그러면 매매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꽤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 김규정 소장도 "내년 하반기에 전세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 다시 임대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거나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투자 심리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서울 아파트 값이 단기 변동성이 커서 조정 가능성이 커지긴 했지만 사실 가격이 떨어질 만한 요인은 크게 없다"고 말했다.
'똘똘한 한 채' 찾아 수도권으로, 서울로, 강남으로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업소들이 밀집한 상가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한형 기자'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방보다는 수도권,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서울 안에서도 강남 등 선호지역에 대한 대기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서울 아파트의 상승을 예상하는 배경 중 하나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가 자산별 합산과세가 아닌 보유주택수별 과세가 되면서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보유세 강화 등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에 지방과 수도권 및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직전 실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하락거래가 나오고 있지만 강남 등 핵심 지역에서는 여전히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
신한은행 부동산자무센터 우병탁 팀장은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꽤 됐지만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최근의 양상"이라며 "다주택에 대한 규제가 생기면서 똘똘한 한 채로 옮겨가는 수요가 누적되는 양상이어서 올해
서울 아파트는 3~5%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선 전까지 거래 절벽 속 급매 거래만 체결…하반기부터 반등 가능성
다만 올해 3월에 대통령 선거, 6월에 지방 선거 등 부동산 정책의 큰 틀과 지역 투자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굵직한 선거가 예정된 만큼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이유로
상반기까지는 거래 절벽 상황 속 지역에 따라 이전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의 하락 거래만 체결되며 가격이 하락했다가 하반기부터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선이라는 변수 때문에 매도자는 매도를 미루고 매수자는 매수를 지연시키는 전략을 가져가기 때문에 상반기에는 거래 절벽으로 인한 시장 안정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정책적 불확실성 해소와 공급 급감, 임대 시장에서 시작되는 불안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NH농협은행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도 "대선 전인 올해 1분기까지는 지역에 따라 하락하는 분위기도 나올 수 있겠지만 대선이 끝난 뒤 정책적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며 "올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상반기에는 관망세가 짙겠지만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회복되며 전반적으로는 약보합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