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가족이 SNS에 올린 글. SNS 캡처지난 달 26일 경기도 안산에 차려진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장을 지키던 A씨(19). 장례식장 음식이 먹기 싫다며 투정하는 어린 동생들을 위해 피자를 시켰다가 뜻밖의 호의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배달된 피자에는 편지와 조의금 봉투가 함께 담겨 있었던 것.
'상중이신 유가족분들의 슬픔을 저희가 전부 가늠할 순 없지만 식사하시는 중이라도 조금이나마 슬픔을 잊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작은 조의를 표합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직접 써내려간 글귀를 통해 피자집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됐다.
A씨는 "단골집도 아니고 무심코 주문한 피자집에서 편지와 조의금까지 보내주셔서 온 가족이 감동을 받았다"며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외할아버지를 보내는 마음이 더 무거웠는데 덕분에 따뜻한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례를 치르고 난 뒤 A씨 가족들은 피자집 사장님의 호의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고민 끝에 SNS에 사연을 올렸다.
A씨의 삼촌은 한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정말 코로나로 힘든 시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의를 표해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마음을 전했다.
SNS를 통해 연말 훈훈한 사연이 전해지자 안산 지역 주민들과 누리꾼들 사이에선 해당 피자집에 대해 '돈쭐'(돈+혼쭐)을 내줘야 한다며 주문이 늘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사연에 대해 '자 오늘은 저녁피자야. 돈쭐나야해', '어딘데 돈쭐 내버리게 앞으로 피자는 여기다', '추운날씨 속 너무 훈훈한 이야기다', '이런 곳에서 시켜 먹으란 말이야' 등 댓글을 달며 뜨거운 반응을 나타냈다.
이번에 편지와 조의금을 보낸 피자집 사장 B(31)씨는 고인에 대한 예의를 지킨 것뿐이라며 자신의 선행이 회자될 일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B씨는 "배달 장소가 장례식장인데, 음식만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조의금과 편지를 함께 보낸 것"이라면서 "큰 금액은 아니지만, 유가족분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냈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SNS를 보고 주문한다는 고객분들이 있는데, 작지만 따뜻한 마음이 서로 통하는 것 같아 아직 우리 사회가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안산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34)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자영업자도 힘든 시기일텐데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며 "지인들에게도 여기(피자집)를 이용하라고 홍보할테니 사장님이 오래오래 지금같은 모습으로 장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