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2020년 11월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넘어 귀순했다가 1년여 만에 다시 월북한 30대 초반 탈북민 A씨가 지난해 마지막 날 주거지의 짐을 모두 정리하고 자취를 감춘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지난해 3월부터 거주했던 서울 노원구의 한 공동주택에 함께 살던 이웃은 3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여기서 8년을 살았지만 A씨를 본 건 서너 번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정 전날(2021년 12월 31일) 오전 7시께 새벽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A씨가 새것 같은 포대기와 매트리스, 이불을 엘리베이터에 실어서 버리더라. 모두 너무 새것이라서 이상했다"며 "A씨를 불러 세워서 우리가 쓰면 안 되냐고 해볼까 하다가 교류가 없던 사이라 말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처음 이사를 왔을 때도 책이며 수납장이며 짐이 한가득이었는데 며칠을 밖에 놔두고 가져가지 않다가 한참 뒤에 갖고 들어가더라"고 했다.
그는 평소 A씨와 인사를 하지 않고 지냈다면서 "A씨가 먼저 눈인사라도 했으면 정식으로 인사를 하면서 한두 마디라도 주고받았을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21년 마지막 날 그렇게 짐 정리를 한 뒤 새해 첫날 자취를 감췄다. A씨 집 앞에는 전날에도 이삿짐을 내놓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분리수거장에도 A씨가 내놓은 이불류가 남아 있었지만 배출 서류를 붙여놓지 않아 '경비실로 연락 바란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A씨의 다른 이웃들도 저마다 "말을 섞어본 적이 없고 집에서 흔한 인기척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 집에는 사람 오가는 것도 제대로 못 봤다", "기초수급자들이 타 먹는 정부미도 한 2주간 그대로 놓여 있다가 사라지곤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모두 "이 단지에 워낙 탈북민이나 조선족이 많이 살지만, A씨가 다시 북한에 갔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이곳에서 1인 가구로 거주하며 청소용역 일을 하는 등 어려운 형편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기초생활급여와 기초주거급여로 월 50만원 이상을 수급 중이었고 자산은 1천만원 이상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담당했던 노원경찰서는 지난해 6월 두 차례 A씨에게서 월북 징후가 보인다고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에 보고했지만 상부에서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보강할 것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지난해부터 월북을 준비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여행 등도 알아본 정황도 파악됐지만, 생계와 심리 등에 대한 추가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던 가운데 A씨는 결국 다시 철책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