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제조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지게차로 박스를 옮기는 모습. 연합뉴스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늘어도 국민 일자리가 줄어들기 보다는 언어가 중요한 일자리로의 전환효과가 일어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여성을 중심으로 이런 효과가 생겼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5일 내놓은 'BOK경제연구:외국인 유입이 내국인 직무특화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00~2015년 사이 우리나라 전체 인구중 외국인 비중이 0.5%에서 2.3%로 4배 증가했고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세라며 이렇게 밝혔다.
한은 경제연구원 김혜진 과장팀은 2010~2015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현황의 외국인 인구자료와 인구주택총조사의 내국인 직업자료를 지역단위로 결합해 사용하고 같은 기간 외국인이 많이 유입된 지역에서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내국인 육체직무 대비 소통직무의 상대공급이 증가했는지를 분석해 보고서를 만들었다.
외국인은 우리말 능력이 부족해 육체적 직무에 상대적 우위를 가지고 이로 인해 외국인 유입 증가시 우리국민은 자신들이 우위에 있는 소통직무로 이동한다고 김 과장팀은 밝혔다.
김 과장팀은 회귀분석결과 외국인의 유입증가는 내국인의 소통직무를 유의미하게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전체 인구중 외국인 비중이 1%p 증가했을 경우 육체직무 대비 소통직무 상대공급이 0.39% 증가했다는 것이다.
육체직무는 조립이나 단순 가공 등 주로 몸을 쓰는 직무를 뜻하고 소통직무는 영업직 처럼 말을 주로 사용하는 직무를 뜻한다고 김 과장은 덧붙였다.
시민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그런데 이런 회귀분석 결과는 남녀의 성별에 따라 달랐다. 남성의 경우 유의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여성은 외국인 유입증가가 소통직무에 미치는 효과가 0.55%로 전체와 비교해 통계적 유의성도 강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남성 노동자는 외국인 유입에도 불구하고 소통직무로 전환이 거의 일어나지 않은 반면 여성의 경우 많이 일어 났다는 뜻이다.
김혜진 과장은 이에 대해 여성의 경우 근속연수가 남성에 비해 짧아 기업 특유의 인적자본이 적고 육체직무에서 소통직무로 전환하는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과장팀은 "최근 미국과 유럽 국가 등 전통적 이민자 수용 국가에서 발견됐던 외국인 유입으로 인한 직무특화 현상이 국내노동시장에서도 나타난 것"이라면서 "성별로는 직종이나 사업장 이동이 비교적 쉬운 여성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결국 외국인과 내국인의 언어능력과 노동시장 이해도 등의 차이로 인해 완전대체재가 아니면 외국인 유입증가시 내국인의 고용이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직무특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김혜진 과장팀은 설명했다.
따라서 직무특화로 인한 생산성 향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내국인 근로자의 기술향상을 위한 재교육과 활발한 인력재배치를 위한 매칭 효율성 향상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김 과장팀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