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냉동창고 '잿더미 가득한 옥상'. 독자 제공"이게 다 바로 옆 공장에서 날아온 잿더미에요."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 인근의 한 농장. 전날 불이 난 냉동창고 공사현장에서 5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공장 바로 옆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최모(65)씨는 긴장한 채로 밤을 보냈다. 이날 새벽 마을이장으로부터 '대피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공장 관계자들에게는 '화재 때문에 냄새가 날 수 있다'는 연락도 왔다.
밤잠을 설친 최씨가 아침에 마주한 건 뿌연 연기. 최씨는 급히 119에 신고했다.
최씨는 "어제 불이 좀 잡혔다 싶었는데 오늘 아침부터 다시 연기가 조금씩 나길래 119에 신고도 했다"며 "불이 곧 꺼질 거라고 하더니 오히려 불길이 더 커지면서 연기가 갑자기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밤새 공장 내부가 불에 타면서 그 여파는 최씨가 있는 농장으로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특히 공장 옆에 위치한 최씨의 자택 옥상에는 새카만 잿더미가 가득 쌓였다.
최씨는 "어제 하루종일 불에 타고 냄새가 나더니 잿더미가 옥상 위로 다 날아왔다"며 "보나마나 소를 키우는 농장 지붕 위에도 잿더미가 쌓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 발생 14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평택시 냉동창고 공사장 화재현장. 정성욱 기자옆 마을에 사는 주민들도 이날 오전 커진 불길이 걱정돼 현장을 찾았다.
평택 현곡리에 거주하는 노승금(70)씨는 "오늘 아침 공장에서 갑자기 연기가 너무 많이 나서 올 엄두가 안 나더라"며 "그나마 지금 잠깐 연기가 줄어든 것 같아서 걱정되는 마음에 한번 와봤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 인근에서 근무하는 김종흔(55)씨도 "오늘 아침 출근해보니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처럼 연기가 나왔고, 얼마 뒤에는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앞서 전날 오후 11시 45분쯤 평택시 청북읍 한 냉동창고 신축공사 현장 1층에서 불이 났다.
불길이 잡히지 않자 소방당국은 같은 날 자정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작업을 벌였다. 이어 7시간여 뒤인 이날 오전 7시 10분쯤 대응 1단계를 해지했다.
그러나 잠잠해졌던 불길이 다시 커지며 이날 오전 9시 40분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불길을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진화작업을 위해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 3명이 실종됐다가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화재 당시 작업자 5명이 창고 1층에서 바닥 미장 작업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화재 현장에서 대피했다.
건물 내부에는 산소통, LPG 등 용접장비와 다량의 보온재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건물은 연면적 19만 9762㎡, 7층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