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직장인 A씨는 2019년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아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는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로 총 6억 원을 받았다. 일정 기간 후 금리가 갱신되는 변동형 대출로, 당시 금리는 2% 후반대였다. 금리고정형 대출보다 조건이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A씨는 가능 한도를 꽉 채워 대출을 받았지만, 최근 계속되는 금리 인상 소식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A씨는 "지금도 한 달 이자가 200만 원이 넘는데, 맞벌이여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생각보다 금리 인상이 빨리 이뤄져서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 원금을 계획보다 빨리 갚아서 이자 부담을 낮춰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 금리인상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미국에 비해 너무 빨리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14일 현재 연 1.00%인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또 인상하면서 A씨 같은 '영끌족'들의 불안감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5개월 사이 이뤄진 세 번째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22개월 만에 코로나19 직전 수준에 다다랐다. 이런 기조와 맞물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금리 모두 줄줄이 오름세다.
주요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고정형과 변동형 모두 연 5%대까지 올랐으며, 6%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5%를 넘어서는 날도 머지않았다.
특히 변동금리형 대출을 택한 이들은 인상폭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은행·비은행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44조 7천억 원으로, 이 가운데 73.6%가 변동금리형 대출로 조사됐다. 이 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분과 마찬가지인 0.25% 포인트 올랐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이자부담은 3조 2천억 원이 불어난다고 한은은 계산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같은 조건으로 작년 저점이었던 기준금리 0.5% 때에 비해 0.75% 포인트 오른 현재를 비교했을 때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증가규모는 9조 6천억 원, 차주 1인당 연 이자 부담 규모는 48만원 4천원 오른 것으로 계산됐다. 한은의 기준금리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돼 1인당 연간 이자 추가 부담 규모는 100만원에 가까워 질 수 있다.
전체 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만 떼 놓고 봤을 때 변동금리형은 50%대 수준으로 파악된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 가운데 하나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달 사상 최대치인 연 1.55%로 나타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코픽스 금리는 오른다"며 "코픽스 종류 가운데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기준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기준금리를 '신규취급액 코픽스'로 고른 이들은 부담이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한국은행 제공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당국도 경제주체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저금리가 상수(常數)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금리상승 국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민간 스스로 상환 부담 증가에 대비해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빌리고 조금씩 나누어 갚는 관행'을 통해 불필요한 부채는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고평가된 자산에 투자하는 위험 추구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며 이른바 '빚투' 행태에 대한 제동 메시지도 내놨다.
그럼에도 영끌족 뿐 아니라 신규 대출 희망자들 사이에서도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여파로 답답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대출 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며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담긴 글도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이런 기류와 맞물려 연초 주요 은행 고정 금리 대출 상품인 '적격대출'이 조기에 소진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달부터는 주택담보대출 등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연 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는 DSR 규제도 적용된다. 오는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길 경우에도 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