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사과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음 내용을 다룬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16일 예정대로 방송됨에 따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이를 막아 온 국민의힘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이 사안을 국민적 관심사로 키운 격이 됐고, '스트레이트' 측에는 시청자들 응원이 쇄도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14일 낸 성명에서, 이날 법원이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녹음 방송을 사실상 허용한 소식을 전하면서 "그동안 국민의힘이 해당 보도에 대해 '정치협작' '정치공작'이라며 맹공을 퍼부어 온 것이 오직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거짓 '떼쓰기'에 불과했다는 점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고 평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김씨 측이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해당 방송의 공익성을 인정하고 일부 발언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은 모두 방송 가능하다고 허용한 것이다.
이를 두고 MBC본부는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대선 후보의 배우자를 검증하는 MBC의 보도는 공익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다만 사법부의 판단에는 아쉬운 점은 있다"고 봤다. "재판부가 방송에 내지 말라며 '일부 인용'한 내용 중에는 제작진이 판단하기에 김건희씨의 세계관과 언론관을 검증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발언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트레이트' 제작진 "방송 불허 발언, 사법부 결정 존중해 제외"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 보도를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한 가운데, 개혁과전환 촛불행동연대 회원들의 반대 시위에 막혀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이날 법원 결정에 앞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등 수십 명은 이번 방송과 관련해 서울 상암동 MBC 사옥을 찾아 "편파 방송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진입을 시도한 국민의힘 측과 이를 막으려는 MBC본부 노조원들 사이 대치가 이어지기도 했다.
MBC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MBC를 향한 근거 없는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 감정적인 공격을 당장 중단하라. 그리고 부디 국회 제1야당으로서의 품격을 지켜라. 거짓 선동을 할 시간에 오늘 나온 사법부의 결정문을 10번씩 더 정독하라. 방송독립을 침해하고 언론보도에 간섭하려 들기에 앞서 대한민국 입법부로서 부디 헌법과 방송법을 한 번 더 공부하고 언행하라. 국민과 유권자는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라"며 비판 강도를 높였다.
이날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인해 이른바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방송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를 방증하듯 '스트레이트'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의견' 란에는 제작진을 응원하는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스트레이트'에서 해당 건을 방송한다는 사실이 전해진 13일부터 14일까지 관련 글은 80여 건이 올라왔다. 평소 이 프로그램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견이 매주 2, 3건으로 확인되는 것과 비교하면 그 관심의 크기를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시청자 의견에는 "방송 응원하려고 몇 년 만에 로그인합니다" "국민이 공정 언론 보도 지켜드리겠습니다" "공영방송의 자존심을 보여주세요" "국민의 알권리 꼭 지켜주세요" 등 제작진을 향한 응원 메시지가 담겼다.
이날 MBC본부에 따르면 '스트레이트' 제작진은 재판부가 방송에 내지 말라는 발언들이 국민과 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보도 내용으로 보고 있지만, 겸허히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해 방송 내용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건희씨 통화 녹음 내용을 다룬 '스트레이트'는 오는 16일과 23일 밤 8시 20분 2회에 걸쳐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