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진보단체들로 구성된 전국민중행동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2022 민중총궐기'를 개최한 가운데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어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경찰이 불법집회에 대해 강경대응을 예고했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진보단체들이 모인 전국민중행동은 15일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경찰은 대규모 불법시위 주최자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전국민중행동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2022 민중총궐기 대회'를 열어 "촛불 정부를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불평등은 심화됐고, 수구 적폐세력은 부활했다"며 "특히 불평등의 가장 큰 피해자인 노동자, 농민, 빈민, 영세상인 등 민중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고 밝혔다.
이날 '불평등을 갈아엎자! 기득권 양당체제 끝장내자! 자주평등사회 열어내자!'는 슬로건을 내건 민중총궐기에는 주최 측 추산 1만5천여 명이 참가했다. 참여자들은 모두 마스크 혹은 페이스실드를 착용한 상태였다. 다만 사회자는 '거리두기'를 안내했으나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윤창원 기자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박근혜 퇴진의 촛불을 들었던 우리가 다시 광장에 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며 "불평등과 양극화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화돼 우리의 삶을 처참하게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이상기후 재난으로 태풍과 냉해, 지독한 장마에 갑작스런 한파까지 겹치며 농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수입농산물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은 살아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최영진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는 "대장동 사건의 핵심은 개발사업을 위해 그곳에서 삶을 영유하던 철거민들의 피눈물로 자본의 배를 채운 것"이라며 "여전히 자본과 정권은 재개발 재건축을 앞세우면서 더 많은 철거민들을 만들겠다고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중행동은 '주택·의료·교육·돌봄·교통 공공성 강화를 통한 평등사회로의 체제 전환' '비정규직 철폐·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CPTPP 참여 반대' '노점관리 대책중단'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담은 요구안을 제시했다.
윤창원 기자이날 전국민중행동은 정부의 집회 금지 통보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들은 "감염확산 정도가 실내 공간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실외 공간의 집회시위만 무조건 금지 조치 한다는 것은 소외 받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틀어 막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들은 실내 체육시설을 대관해 집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당국의 불허로 무산되면서 이날 기습적으로 여의도공원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 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다가 오후 12시 30분쯤 장소가 공지되자 여의도공원으로 모였다.
경찰은 집결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시청 앞, 동아일보 앞 등 도심에 임시검문소를 운영하고 경력 총 136중대를 동원했으나 집회 개최를 막지는 못했다. 다만 집회 현장에서 경찰은 주최 측에 "감염병예방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미신고 불법 집회를 중단하고 즉시 해산하라"고 수차례 경고 방송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과 참가자 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황진환 기자
경찰은 전날 강경대응을 예고한 만큼 이번 집회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여의도 공원에서 대규모 불법집회를 강행한 주최자 및 주요 참가자 등에 대해 집시법 및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행위에 책임이 있는 주최자 등에 대해 즉시 출석요구하고, 지난해 도심권 대규모 불법시위에도 중복적으로 관여한 주최자 및 주요 참가자에 대해서는 해당 불법행위들을 종합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해 7·3 노동자대회, 10·20 총파업 집회, 11·13 전국노동자대회 등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