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단독]'동물병원 학대신고' 경찰·시청 손놓은 사이 피해자 속출



사건/사고

    [단독]'동물병원 학대신고' 경찰·시청 손놓은 사이 피해자 속출

    피해 신고 누적됐지만 경찰·시청은 '미적미적'

    충남 아산시 한 동물병원에서 입원한 동물들이 죽거나 상태가 악화돼 과잉 진료 및 동물학대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동물병원 개원 후 2년 동안 경찰과 시청이 수차례 관련 민원을 받았지만 대응에 미온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동물 사건이라 판단이 어렵다"며 조사조차 하지 않고, 시청은 자체적인 점검 권한도 인지하지 못하는 등 전문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수차례 신고 접수됐지만 변호인 통해 고소장 접수하자 뒤늦게 조사
    시청은 '동물병원 인허가권자'로서 점검 권한 제대로 행사 안 해
    경찰·시청 뭉그적대는 사이 2년간 피해 사례 10여 건 쌓여

    2021년 11월 피부병으로 A동물병원에 입원했다가 치료 중 죽은 뭉치 생전 모습(좌측). 우측 사진은 죽은 뭉치 관. 독자 제공2021년 11월 피부병으로 A동물병원에 입원했다가 치료 중 죽은 뭉치 생전 모습(좌측). 우측 사진은 죽은 뭉치 관. 독자 제공충남 아산시 한 동물병원에서 내원한 동물들이 응급 처치를 못 받거나 치료받다 죽는 등 과잉 진료 및 동물 학대 의심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만 2년 넘게 비슷한 피해 사례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과 시청이 피해자들의 민원에 즉각 대응하지 않아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아산시 A동물병원 피해자들은 경찰에 수차례 신고를 접수했지만 경찰은 변호사를 통해 공동 고소장을 접수한 최근에서야 고소인 조사 일정을 잡는 등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청 또한 권한에 따른 현장 점검을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경찰과 시청이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사이, A동물병원에서는 2020년부터 피해 사례 10여 건이 나왔다. 대부분 병원에서 입원 및 수술을 권유받고 치료 중 상태가 악화하거나 죽은 경우다. 병원 측은 검사 결과를 조작한다는 의혹을 받으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연락을 피하거나 진단서 발급을 거부하는 등 책임을 회피했다.

    아산경찰서는 이번 주 들어 A동물병원 피해자들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나섰다. 동물병원 원장 B씨와 수의사 C씨, 동업자 D씨는 재물 손괴, 동물보호법 위반, 수의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그런데 피해자 중 일부는 이전에도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신고를 접수했지만, 경찰이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산경찰서는 지난해 7월 민원에 "해당 동물병원에서 반려견을 치료한 행위에 대한 부작용 등에 대해 수의사법, 동물보호법상 처벌할 규정이 없으며 게재한 일부 민원을 사건으로 접수해 불송치 결정했다"고 서면으로 답했다.

    피해자들은 '사기죄'를 포함해 고소할 경우 동물 학대 범죄를 다루지 않는 '경제팀'에 배당되기 때문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난점을 겪었고, 결국 해당 혐의를 삭제하고 고소장을 다시 접수했다. 결과적으로 사기죄 혐의는 수사가 어려워질 우려가 생겨났다.

    2021년 2월 아산시 A동물병원에서 슬개골 탈구 수술을 받고 입원한 율무 사진(좌측). 수의사 C씨가 보호자에게 "수술 후 경과가 좋은 상태"라면서 보냈다. 우측 사진은 병원 입원 전 율무 사진. 독자 제공2021년 2월 아산시 A동물병원에서 슬개골 탈구 수술을 받고 입원한 율무 사진(좌측). 수의사 C씨가 보호자에게 "수술 후 경과가 좋은 상태"라면서 보냈다. 우측 사진은 병원 입원 전 율무 사진. 독자 제공포메라니안 율무 보호자 박모(29)씨는 "동물 학대와 관련해 불러서 조사하는 것도 없이 불송치로 끝났다"며 "시청은 수사권이 없어서 못 한다고 하고 경찰은 시청에서 할 일이라고 하며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율무는 병원에서 수술 후 술부가 열려 염증이 생기고 수술 흔적이 없는 등 피해를 겪었다.

    뭉치 보호자 정하윤(40)씨 또한 "경찰서와 시청에 갔었는데 결국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뭉치는 병원에 피부병으로 입원해 원장 자택에서 집중 치료를 받다 죽었다. 병원 측은 뭉치의 몸 상태가 원래 안 좋았다고 했지만, 보호자에게 관련 검사 결과를 보여주지 않았고, 죽었다는 사실도 뒤늦게야 알렸다.

    아산경찰서는 "(그동안 사건 접수가 됐는데 수사가 안 된 건) 이래저래 사정이 있었다"며 "이번 사건은 신속하고 면밀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시청은 수의사법에 근거해 동물병원으로부터 질병 진료 상황과 수의 업무에 관한 보고를 받거나 업무 상황, 시설 또는 진료부 및 검안부를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현장 방문 점검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농림축산식품부에 수의사 면허 정지 및 취소 처분 요청을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절차에 의해 B원장은 2020년 9월 농식품부에서 수의사 면허 정지 10일 처분을 받았다. 당시 강아지가 중성화 수술을 하고 술부가 개복되는 등 피해를 본 한 보호자가 "수의사의 학대가 의심된다"며 민원을 제기했고, 시청 직원이 현장 점검을 했다. 적발된 사항은 '진료 사항 미기록', '유효기간 지난 약제 진열'이었다. 그러나 '과잉 진료' 등 기타 수의사법 위반 관련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들은 시청이 병원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계속된 피해에 민원을 넣어도 시청 공무원은 진료부 '유무' 여부만을 확인하고 문제가 되는 점을 따져보지 않았다고 한다. 농식품부에 추가로 처분 요청한 사항도 없다.

    지난해 현장에 나갔던 한 아산시청 공무원은 "진료부에 이상이 없는 걸 확인했느냐"는 피해자의 물음에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시청에) 있느냐. (피해자가 개별적인)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수의사가 공개할 수 없다는데) 권한을 넘어서 행사할 경우 우리도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메라니안 강아지 두 마리의 보호자 E(33)씨는 "다른 아이들(동물)에게 피해 주면 안 되니까 아산시청에 수의사법 관련해서 민원을 넣고 시청 담당자도 만났는데, 결국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조사가) 무산됐다"며 "시청에서도 일을 제대로 안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씨의 반려견은 A동물병원에서 종양 제거 수술을 했는데, 병리 조직 진단 결과 보고서에 해당 강아지의 사진이 아닌, 인터넷에 게시돼 있는 사진이 첨부된 것이 드러나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 아산시청 관계자는 "A동물병원이 개원하고 난 후 민원이 꽤 많이 들어온 것으로 아는데 담당자도 내부적으로 많이 바뀌기도 하고 업무가 매끄럽지 않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나가서 일반적인 병원 실태 점검은 했는데 개별 사안에 대해 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피해자들을 면담하고 진료부를 확보해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료가 방대하다 보니까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항에 먼저 접근하고 추가로 다른 기관 자문이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동물법 전문 한재언 변호사는 "동물보호법이 일선 수사기관에서도 생소한 면이 있다"면서 "범죄의 특성상 실제 피해 본 강아지는 말을 못 하고 견주 입장만 듣고 판단을 해야 하는데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보니 시청이든 경찰이든 수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동물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피해를 보았다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