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씨 '7시간 전화 통화' 내용 일부 공개한 MBC. 연합뉴스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녹취록 보도가 결국 고소전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발행한 특보에 따르면 MBC본부는 MBC에 항의 방문해 박성제 사장, 박준우 보도본부장과 면담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추경호 원내수석 부대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박성중 간사 등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MBC본부는 "국민의힘이 방송 장악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항의'라는 말로 포장돼 있었지만 실상은 MBC 편성에 개입하고 방송 보도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였다"며 당시 면담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이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씨 녹취록 검증 과정이나 방송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도 불법성을 내세워 '방송 불가'를 주장하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욕설 녹취파일이 담긴 USB를 박 보도본부장에게 직접 건네며 '지시에 가까운 수준'으로 방송해 줄 것을 강요했다는 것이 MBC본부 설명이다.
비록 박성제 사장이 "방송 편성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대응했지만 MBC본부는 이 같은 집단행동이 '방송 전 보도 개입'을 금지한 헌법 21조, '방송 편성의 자유'를 보장한 방송법 4조 등을 정면 위배한 것이라고 봤다.
대한민국 헌법 21조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방송법 제4조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방송법이나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으면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MBC노조원들이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MBC본부는 "국민의힘 집단행동은 방송법 4조를 정면 위반한 불법 행위임이 명약관화한 사실"이라며 "헌법 21조가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 이미 방송된 사안에 불만을 표시한 사례들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억압으로, 공당 원내 지도부라는 인사들이 언론 자유와 방송 편성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두고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를 공영방송에 대한 부당한 방송 개입에 해당한다고 보고 방송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고발 대상은 실제 MBC 사장과 보도본부장에게 방송에 대한 경고와 협박성 주문을 자행한 김기현·박성중·추경호 3인방을 포함해 국민의힘의 불법 동원령과 항의 방문에 동참한 원내 대표단과 과방위, 문체위(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위원 전원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녹취록 보도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MBC 측을 대리한 김광중 변호사는 국민의힘 유상범 법률자문위원장을 고소했다.
앞서 지난 17일 국민의힘은 김 변호사와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이 방송금지 가처분 사건 판결에 따라 방송이 금지된 별지 부분을 배포·유출했다며 이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유 위원장은 "김광중 변호사가 1월 14일 17시 26분쯤 다운로드 받은 사실이 기재돼 있는 별지 2·3이 현재까지 기자 등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에게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전면 부인하며 "유 위원장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했다. 법원 결정문을 대법원 전자소송시스템에서 다운로드 받아 지난 14일 사건 당사자이자 의뢰인인 MBC에만 보고했을 뿐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MBC 사측의 경우 '스트레이트' 고발에 대해서는 법무팀이 대응하지만 별도의 고소 등 법적 대응은 아직 예정에 없다.
그럼에도 잇따른 고소에 국민의힘은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녹취록 보도 대응의 적절성·불법성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하는 시민단체 역시 국민의힘의 이 같은 압박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관계자는 20일 CBS노컷뉴스에 "방송정책을 내고 방송사 경영을 평가하는 과방위 위원, 거대 정당 원내대표 등이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공영방송에 물리적 압박을 하는 것은 언론 자유와 편성의 자유·독립에 대한 침해"라며 "이미 법원에서 일부 제외하고 방송을 하라는 판결이 나왔는데도 아직 나오지 않은 방송을 압박하는 건 선거 보도 공정성과 후보자 검증에 대한 '국민 알 권리'를 침해할 우려도 크다"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 제작진을 향한 국민의힘 고발 역시 '언론 길들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공회대 최진봉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는 권력기관에 대한 비판과 견제이고 그 대상에 당연히 법안을 만드는 정치인들도 포함된다. 힘 없는 개개인의 언론 보도 피해 호소와 달리 정치인의 고소는 언론을 위협하고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는 정치적 행위 그 자체다. 그 결과 수사권이 없는 언론이 신빙성 있게 검증을 거친 의혹조차 보도하지 못하게 되면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게 된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