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형 기자박영수 전 특별검사(특검)가 화천대유의 대장동 사업 초기 5억원의 자금 거래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 전 특검은 제3자 사이 금전 대차에 단순히 전달자 역할만 했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해당 자금의 성격과 지급 배경을 다각도로 수사중이다.
2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은 박 전 특검이 2015년초 화천대유에 5억원을 송금한 계좌 내역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자금 흐름을 분석중이다. 박 전 특검은 이른바 '50억 클럽' 멤버로 거론되고 있다.
이날 한국일보는 정영학(54) 회계사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56·구속기소)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박 전 특검을 둘러싼 5억원 의혹을 보도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우리 법인(화천대유) 만들 때 돈 들어온 것도 박영수 고검장 통해서 틀어온 돈이다"라며 "기성이 통장에 그건 해줘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냐"고 말했다.
여기서 기성씨는 박 전 특검 인척이자 대장동 사업에서 분양대행을 독점한 이기성씨를 가리킨다. 이씨와 김만배씨 그리고 박 전 특검의 5억원 거래는 2015년 4월초에 이뤄졌다고 한다.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직후다. 해당 5억원이 사업협약이행보증금 등 화천대유의 초기 자금으로 쓰였고, '50억 클럽'은 그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김씨가 박 전 특검 측에게 대가를 암시하는 대목은 녹취록에도 등장했다. 정 회계사와 만난 2020년 7월 2일 대화에서 김씨는 "(이기성이) 나한테 ○○(박 전 특검 딸)에게 50억 주는 거를 자기(이기성)를 달라 했다. 내가 ○○이를 50억 정도 줄 생각"이라며 박 전 특검의 딸과 50억원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김만배씨. 이한형 기자녹취록에 나온 50억원이 실제로 지급되지는 않았지만, 박 전 특검 딸은 지난해 6월 화천대유가 보유한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받았다. 검찰은 딸에게 간 아파트 분양이 사실상 박 전 특검에게 건넨 뇌물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박 전 특검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5억원 투자 의혹을 부인했다. 박 전 특검 측은 "해당 5억원은 김만배가 이기성으로부터 화천대유의 초기 운영자금으로 차용한 돈"이라며 "그 과정에서 김만배와 이기성 사이에 자금거래 관계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김만배 등이 부탁해 박 전 특검의 계좌를 통해 이기성→박 전 특검→화천대유 공식 계좌로 이체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전 특검은 당시 선의로 승낙한 것으로 그 후로는 해당 돈의 사용처나 두 사람 간의 정산문제 등 금전 거래가 어떻게 정리됐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며 "관여한 바도 없고 이미 소명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문제된 50억원 부분은 수차 언급한 바와 같이 아는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만배씨 측도 5억원은 단순 차용거래인데다 모두 갚은 돈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