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코스피가 지난해 6월 사상 최고점을 경신한 이후 6개월 넘게 우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우량주 가운데서도 주가가 반토막 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못지 않게 투자자들의 신뢰에 부합하지 못하는 기업 내적 요인 역시 이런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카카오 3형제·LG화학·셀트리온…'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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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네이버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3위를 차지하며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 승승장구하던 카카오. 같은달 24일 주가는 17만 3천원까지 급등했다. 액면분할을 반영해 코로나19 사태 이전 카카오 주가가 3만원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6개월 사이에 주가가 5~6배 급등했다.
하지만 급등세 만큼이나 하락세도 가파르다. 최고가를 기록한지 7개월여가 지난 올해 1월 카카오 주가는 8만 2200원까지 떨어지며 최고가 대비 51% 가량 하락했다. 이처럼 모회사인 카카오의 주가가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사이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주가도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상장과 동시에 금융주 시총 1위에 오르며 지난해 8월 9만 4400원까지 치솟았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달 공모가 수준인 3만 9550원까지 하락했다. 카카오페이 주가도 지난해 11월 24만 8500원을 찍은 뒤 단 2달여 만에 11만 9000원까지 떨어졌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최고가 대비 하락률은 각각 57%와 49%에 달한다.
2차전지 대장주로 주당 100만원이 넘어서며 황제주 대접을 받던 LG화학도 핵심인 2차전지 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쪼개기 상장시키자, 주가가 최고가 대비 39% 가량 하락한 60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바이오주 붐이 일던 2018년에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셀트리온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으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주가가 39만원에 육박했지만, 이후 백신 등장과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하락을 거듭해 최근 15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1년 사이 주가가 반토막을 넘어 무려 60% 하락했다.
화장품업종 대장주로 지난해 7월 178만 4000원까지 올랐던 LG생활건강 주가도 최근 중국시장 성장세 둔화 우려 등으로 최고가 대비 45% 가량하며 100만원선이 깨졌다. 마찬가지 이유로 아모레퍼시픽도 최근 8개월여 사이 주가가 48% 가량 하락했다.
쪼개기 상장, 경영진 먹튀…신뢰 잃어가는 국내증시
스마트이미지 제공지난 2년동안 이어진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우량주로 손꼽히던 종목들조차 가상화폐 뺨칠 정도로 단기간에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불안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증시에 영향을 주는 각국의 재정.통화 정책이 오락가락 바뀌고 있는데다 산업지형 역시 급변하고 있기 떄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증시 외적인 요인 못지 않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기업 내적인 요인도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카카오그룹 주가 하락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 그리고 금리상승에 따른 성장주 조정국면과 큰 흐름을 같이 한다. 하지만 동종업계에 비해 주가 하락이 과도한 이유는 알짜 자회사 쪼개기 상장, 경영진 먹튀 논란 등 내적 요인이 큰 몫을 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최근들어 쪼개기 상장이나 경영진 먹튀 논란에 대규모 횡령 사건까지 터지며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과거보다 수준이 높아진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로 넘기지 않고 증시 전반의 신뢰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위 동학개미 대열에 합류한 한 30대 투자자도 "LG에너지솔루션만 상장 해도 나하고 별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기관투자자들이 내가 가진 주식을 대거 던지면서 큰 손해를 보고 있다"라며 "대주주나 임직원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쪼개기 상장 때문에 아무 상관없는 다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이 과연 공정한 시장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