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수출이 1월에도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역대 1월 중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무역 적자 역시 최대치를 기록한 데다 핵심 교역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올해 경제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수출액은 553억2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 대비 15.2% 증가했다. 2020년 11월부터 15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1월에 월간 수출액이 5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역대 1월 중 최고 실적이다. 기존 1월 수출액 최고치는 2018년 1월의 492억달러였다.
이로써 수출은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연속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유지했다. 수출 증가세가 11개월 연속으로 이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수출이 회복한 2009년 11월~2011년 9월 이후 10년 만이다.
다만 수출 증가율은 △2021년 10월 24.2% △11월 31.9% △12월 18.3% △올해 1월 15.2% 등으로 둔화했다. 수출 경기를 약 7.7개월 선행하는 수출경기확산지수도 작년 12월 67.4로 전월 대비 4.8포인트 내리는 등 대체로 하락하는 추세다.
무역수지는 나빠졌다. 1월에 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35.5% 늘어난 602억1천만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48억9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월 수입액은 월간 기준으로 역대 두번째로 높고, 무역수지 적자 폭은 2008년 1월의 40억4천만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치다.
무역수지는 작년 12월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뒤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무역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8년 6~9월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주요 에너지원의 원가 급등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원유·가스·석탄 등 3개 에너지원의 지난달 수입 규모는 159억5천만달러로, 작년 1월(68억9천만달러) 대비 90억6천만달러 증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이 작년과 동일한 수준이라면 4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을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와 산업구조와 유사한 일본이나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프랑스도 최근 큰 폭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수출 덕분에 11년 만에 가장 높은 4.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정부는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수출이 작년 대비 2.0% 증가하고 경상수지는 8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을 토대로 세계 경제가 4.9%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에 따른 것이었지만 이후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대유행과 공급망 교란,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미국과 중국 경제의 부진 등이 두드러지면서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두워졌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 25일 기존의 4.9%보다 0.5%포인트 낮은 4.4%로 수정해 제시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성장률을 각각 5.2%에서 4.0%로, 5.6%에서 4.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지난해 수출액 기준으로 대중 수출 비중이 25.2%, 미국이 14.8%였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좋지 않으면 대미 및 대중 수출이 줄어들 수 있고 한국의 전체 수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우려가 고조되는 점도 세계 경제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하겠다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도 지속되고 있어 수출과 관련된 대외여건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위기 당시에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적자가 발생했지만 최근의 적자는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는데 수입 증가율의 상대적 강세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어서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