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3일 방송3사 초청 TV토론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이날 윤 후보에게 "미래산업의 핵심은 재생에너지이고 그 핵심은 수소가 될 것"이라며 "소위 그린수소, 블루수소, 그레이 수소라는 새로운 영역의 산업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어떤 비전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재생에너지는 미래산업 중 조그마한 하나이지 핵심이 거기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핵심은 데이터, AI, 바이오 등"이라고 밝혔다.
두 후보가 재생에너지를 바라보는 방식이 상이한 것이다. 이에 이 후보는 "RE100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물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 전체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충당한다는 캠페인이다. 구글·애플·GM·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에서도 SK그룹 8개 관계사를 시작으로 참여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윤 후보는 "RE100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재생에너지 100%'라는 이 후보의 설명에 그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또 이 후보가 "유럽에서 탄소 국경제도가 발동되면 어떻게 대응하느냐"며 "재생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탄소 의존으로 생산하면 유럽·미국에 수출할 때 국경부담금이 부과된다"고 지적하자 윤 후보는 "그것은 석탄의 경우로 원자력 등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전력을 쓴다는 것이지 어떻게 재생에너지만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EU 택소노미가 중요한 의제인데 원자력 관련 논란이 있다"며 "(윤 후보가) 전문가에 가깝게 원전을 주장하는데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EU 무엇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 가르쳐달라"고 답했다.
이어 이 후보는 "(산업의) 녹색분류체계를 말하는 데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인정할지 말지에서 원전을 어디에 지을 것이냐, 핵폐기물 어디에 처리할 것이냐가 주요 의제여서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녹색에너지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원전을 어디에 지을 것이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신재생에너지만 가지고 2050의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이 유지가 된다고 보느냐"며 "원전 입지 문제는 지금 여기에서 어디다 짓겠다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두 후보는 끝까지 견해차이를 드러냈다. 이 후보가 "10년 이내에 원자력 발전 단가도 재생에너지보다 더 비싸지고, 재생에너지가 싸진다는 추세가 보고 되고 있기 때문에 원전문제에 대해서 과격하게 무조건 문재인 정부 반대는 안 하시면 좋겠다"고 하자 윤 후보는 "그게 아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쉴틈 없었던 120분 공방전.. 후보별 손익계산서는?
3일 이번 대선 첫 4자 토론에 나선 대선 주자들은 주제별 토론과 주도권 토론을 통해 쉴 새 없이 공방을 주고 받았다.
대장동 의혹, 국민연금, 미투, 사드(THAAD) 등 민감한 주제를 두고 설전을 벌이면서도 틈틈이 자신의 공약 선전을 위한 시간 마련에도 애를 썼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토론 초반 자신에게 집중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적극 방어에 나서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첫 질문자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비용과 수익을 정확히 가늠하고 설계했느냐"는 질문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특정 민간에 1조원 가까운 이익을 몰아준 것은 개발이익환수제와 전혀 다른 방향",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대장동 사업에 보면 임대 아파트를 한 채도 안 지었다" 등 모두 이 후보와 대장동을 연관 짓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재명 후보, "대장동" 공세 피하며 '尹 역공'
이 후보는 "일부러 국정감사를 자청해 이틀 동안 탈탈 털다시피 검증했다. 시간 낭비하시지 말고 가능하면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 이야기를 하자"고 반박함은 물론 "윤 후보는 부친의 집을 그분들이 사드리지 않았나", "개발이익환수법을 국민의힘이 막고 있다. 윤 후보께서 입법을 하라고 말씀하시면 좋을 것 같다" 등 틈이 나는 대로 반격에도 나섰다.
반면 사드 배치 등 외교·안보 분야 토론이나 환경문제와 관련한 토론에서는 지나치게 세부적인 부분에 집중하며 큰 그림을 놓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중국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중국과의 무역에 연간 50조 이상의 흑자가 발생한다"고 말해 '친중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민주당 내에서도 나왔다.
윤석열, 예상외 선전.. 디테일에 발목
이 후보와의 양자토론 불발 후 처음 토론회에 모습을 드러낸 윤 후보는 특유의 자신감으로 위기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첫 토론주제인 부동산 토론부터 과감하게 대장동을 꺼내들며 이 후보를 압박하는 한편, 자신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선제타격이나 사드 관련 논쟁에서도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전쟁을 막는 것이다", "북한에서 수도권을 겨냥할 경우 고각 발사해 수도권 방어에 필요하다. 사드에 대해 더 알아보셔야 할 것 같다"고 적극적인 태도로 돌파구를 만들었다.
다만 디테일에 약하다는 한계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청약점수 만점이 몇 점인 줄 아시느냐"는 안 후보의 질문이나 "RE100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몰라서 어색해 하는 한계를 드러냈고 원전의 친환경 분류와 관련한 "EU 택소노미"에 대해서는 "EU 뭐라는 것은 저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가르쳐 주시라"라고 말하는 등 이재명 안철수 후보로부터 팩트 공세를 당했다.
안철수, 연금개혁 '4자합의' 끌어내
안 후보는 각 분야별로 다양한 내용을 준비하며 가장 폭넓은 내용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를 향해서는 대장동에서 발생한 초과이익 발생이 이 후보가 주장하는 개발이익완전환수제와 엇갈리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고, 윤 후보를 향해서는 청약점수를 물으며 지난해 불거졌던 윤 후보의 청약관련 발언을 다시 상기시키기도 했다.
후보들마다 설전이 얽힌 부동산 분야에서도 주택가격의 80%를 한국은행 기준금리로 최저금리를 적용해 대출해주고 상환도 45년 동안 하되 초기 15년 동안은 이자만 내도록 하는 자신의 공약을 틈새 선전하는 꼼꼼함도 보였다.
특히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세 분이 다 동의하니까 국민연금을 개혁하겠다는 것을 4명이 공동선언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해 4자 합의를 이끌어 내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다만 윤 후보를 향한 "청약 만점" 질문도, 이 후보를 향한 "문재인 정권의 후계자" 질문도 추가적인 질문으로 상대 후보를 더 괴롭게 할 수 있었던 소재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심상정 다웠던 심상정… 유연성 부족 지적도
심 후보는 유일한 여성 후보답게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사건에 대한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발언을 꺼내들었다.
김씨의 통화 녹취 내용을 언급하며 "피해자 김지은씨에게 이 자리를 빌어 정확하게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고 윤 후보를 압박, "상처를 받으신 분에 대해, 김지은씨를 포함해 모든 분들에게 하여튼 공적인 위치에 있으니 제가 사과를 드리겠다"는 내용의 사과를 이끌어냈다.
이 후보에 대해서도 '성폭력 가해자를 돕거나 2차 가해를 한 사람들이 청와대나 정부에서 영전돼 일을 하고 있다'는 김지은씨의 글을 언급하며 사실관계 파악을 촉구했고, 이 후보는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폭력이라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하고, 당연히 주요 공직을 안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비전 제시보다는 세부 사건에 대한 비판과 압박에 지나치게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