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국제 에너지 가격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겹치면서 지난달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무역수지 적자가 이번 달에도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48억 9천만 달러 적자로 1966년 무역통계 작성 이후 최대였으며 14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였다.
이같은 규모의 무역적자는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데 단기간에 반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적자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4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90.27달러를 찍었다.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은 것은 201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브렌트유는 전주에 이미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OPEC이 아닌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지난 2일 하루 40만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지난해 계획을 3월에도 유지하기로 합의했으나 유가 상승을 막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이 같은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흐름이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해 1월 배럴당 54.82달러였던 유가는 지난달 배럴당 83.22달러로 급등했다. 지난해 1월 MMbtu(물 100만 파운드의 온도를 화씨 1도만큼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당 8.17달러였던 LNG는 지난달 35.87달러로 네 배 이상 올랐다. 지난해 1월 톤당 86.2달러였던 석탄은 지난달 톤당 218.8달러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처럼 국내 3대 에너지원의 수입단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지난달 원유와 가스, 석탄의 수입금액 합계는 159억 5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달 대비 90억 6천만 달러 증가했다. 에너지수입 증가액수가 지난달 무역적자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비싼 국제 에너지 가격이 무역적자의 직접적 원인이라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충돌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잠재적 위협 요인이다.
황진환 기자정부는 일단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한국의 수출 비중은 1.5%, 수입은 2.8%, 우크라이나는 수출과 수입이 각각 0.1%에 그치는 등 교역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러나 사태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충돌로 확대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에너지와 곡물, 금융 등의 분야에서 세계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김경훈 연구위원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동절기 에너지 수요가 줄어드는 3월에는 에너지 수입 증가가 다소 안정될 수는 있으나 올해 상반기까지는 적자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는 무역 적자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과거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했던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사태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기 때였던 2009년 1월에는 수출이 34.5%, 수입이 31.4% 감소했고,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2020년 4월에는 수출과 수입이 각각 25.6%와 15.8%씩 줄었다. 반면 현재 수출은 2020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증가했고 지난달에는 500억 달러를 돌파하며 1월 수출 최고 실적을 세웠다.
지난 2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산업부는 "과거 위기 때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적자가 발생해 수출이 장기둔화 국면으로 진입했으나 최근 적자는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수입 증가율의 상대적 강세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 동향을 고려할 때 우리 수출은 현재 상승 국면에서 견고한 상승국면에 있고, 당분간 견실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