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 AP=연합뉴스 자료사진중국 정부 고위 관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행방이 묘연했던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36)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개막하자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 스포츠 매체 레퀴프는 7일 펑솨이와 인터뷰 기사를 공개했다. 성폭행 폭로 이후 중국이 아닌 서방 매체와 진행한 첫 인터뷰다. 펑솨이는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중국올림픽위원회 관계자와 함께 2명의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펑솨이는 레퀴프를 통해 "난 사라진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어느 누가 나를 어떤 식으로든 성폭행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에 장가오리 중국 국무원 전 부총리(76)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사실을 전면 부인한 셈이다.
폭로 이후 펑솨이의 SNS 계정이 사라지고 본인의 행방조차 확인되지 않으면서 중국 정부에 의해 감금되거나 신변 이상이 생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2011년 단식 세계 랭킹 14위, 2014년 복식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펑솨이 사태는 남자 단식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여자 스타 오사카 나오미(일본) 등 선수들은 물론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미국 등 서방 세계의 우려를 자아냈다.
펑솨이는 세계여자프로테니스(WTA)에 이메일로 자신은 안전하다고 전했다. 또 미국프로농구(NBA)에 진출했던 중국 농구 최고 스타 야오밍 중국농구협회장도 펑솨이와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러나 정작 펑솨이 본인이 직접 적극적으로 나선 의견이 아니어서 의구심은 가시지 않았다.
펑솨이와 인터뷰 기사를 게재한 프랑스 스포츠 매체 레퀴프 트위터 캡처이런 가운데 펑솨이가 서방 매체와 인터뷰를 한 것이다. 펑솨이는 또 "지난 5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저녁을 함께하며 좋은 의견을 나눴다"면서 "바흐 위원장이 내게 선수로 다시 뛰는 것을 고민 중인지,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고 전했다. 펑솨이는 이 자리에서 은퇴 의사를 밝혔다.
이 보도 이후 IOC는 성명을 내고 "바흐 위원장, 펑솨이, 현 IOC 위원이자 전 IOC 선수위원장 커스티 코번트리 등 3명이 5일 베이징의 올림픽 클럽에서 만나 저녁을 먹었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진정되면 펑솨이가 유럽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바흐 위원장이 스위스 로잔 IOC 본부로 초청했다"고 덧붙였다. IOC는 이후 펑솨이와 코번트리 위원이 중국과 노르웨이의 컬링 경기를 관전했다고도 전했다.
펑솨이는 인터뷰에서 "나를 걱정해 준 남자프로테니스(ATP)와 WTA 선수들, 그리고 세계의 모든 운동 선수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면서도 "왜 그렇게 걱정했는지 알고 싶다"는 황당한 발언을 내놨다. 이어 "IOC를 비롯해 많은 친구가 내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다 답장하기는 불가능했다"면서 "아주 가까운 친구들과 이메일 등으로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고 WTA와도 상의했는데 왜 실종설이 퍼졌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SNS 글에 대해 펑솨이는 "그게 거대한 오해를 낳았다"면서 "더는 이 글을 왜곡하지 않고 부풀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성폭행을 폭로해놓고 다른 사람이 오해를 했다며 책임을 회피한 모양새다.
WTA 대신 IOC에 대화의 창구를 마련한 점도 석연치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WTA는 펑솨이의 안전에 대해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며 중국 대회를 보이콧하겠다는 강경 자세를 보였다. 펑솨이는 "WTA가 연락이 닿지 않아 내가 실종된 것으로 생각했다면 (사태를) 과장해 생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올림픽 기간 펑솨이가 태연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우연 치고는 너무나 공교로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