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물론 동남아 축구 최초의 월드컵 최종 예선 승리를 이끈 박항서 감독. AP=연합뉴스 자료사진'쌀딩크' 박항서 감독이 또 다시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총리까지 나서 세뱃돈을 주며 격하게 격려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1일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B조 8차전에서 중국을 눌렀다. 3 대 1 시원한 승리를 거두며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베트남 축구 사상 최초의 월드컵 최종 예선 승리다. 이미 박 감독은 베트남 사상 최초로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을 이끌며 동남아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다만 최종 예선에서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베트남은 최종 예선 7연패를 당하며 본선행이 좌절된 상황.
하지만 베트남 역사상 첫 월드컵 최종 예선 승리라는 값진 결과로 자존심을 세웠다. 특히 베트남이 중국을 상대로 A 매치 승리를 거둔 것도 최초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 국가가 최종 예선에서 승리한 것도 최초라고 현지 매체 VN 익스프레스 등이 주목했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찐 총리는 이날 경기장을 직접 찾았고,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마다 환호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경기 후 찐 총리는 그라운드로 내려가 선수단을 격려했다. 베트남 뚜오이째는 "경기 직 찐 총리가 그라운드에서 코치진과 선수들을 축하했고, 선수단 전원에게 '세뱃돈'(Lucky money)을 건넸다"고 전했다.
찐 총리는 "이번 승리는 대표팀이 설날 베트남 국민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면서 "정부와 베트남 국민을 대표해 코치진과 선수들의 헌신에 감사드린다. 나라를 위해 열심히 싸워줬다"고 격려했다.
박 감독도 선수들과 베트남 국민에게 감사의 인사로 화답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기자 회견에서 "오늘은 음력으로 새해 첫날이자 동남아시아 팀이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첫 승리를 거둔 날"이라면서 "처음으로 베트남이 중국을 이겼는데 선수들과 이 경기를 응원해준 베트남 국민에게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는 최선을 다해 승리했지만, 계속해서 이기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면서 "단순히 승리가 아니라 선수들의 노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베트남축구협회(VFF)와 내년 1월까지 계약을 연장한 박 감독은 "남은 기간 베트남 축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 베트남 사령탑에 올랐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최초 준우승을 이끈 박 감독은 그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최초 4강, 동남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의 우승을 이루며 '박항서 매직' 열풍을 일으켰다.
2019년 동남아시안(SEA) 게임에서도 60년 만의 금메달을 베트남에 선물했다. 박 감독은 역시 베트남 최초의 월드컵 최종 예선을 이끌었지만 7연패를 당하자 현지 매체들은 사령탑을 교체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감독은 비난 여론을 보기 좋게 잠재울 역사를 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