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미사일사령부를 방문해 이동식 발사차량(TEL)로 추정되는 차량에 탄 서욱 국방부 장관. 국방부 제공우리 군에서 국가 차원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큰 그림'을 의미하는 '전략(strategy)'이라는 단어가 부대 이름에 들어간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곧 생긴다고 한다.
국방부는 지난 10일 "올해 4월 중 육군미사일사령부를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방위 안보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억제, 대응능력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증대됨에 따라 국방개혁 2.0에 반영된 부대개편 계획과 연계하여 추진하게 됐다"고 육군미사일사령부령(대통령령 28266호)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사령관 계급을 소장에서 중장으로 승격시키고, 사령부 본부 참모부와 직할부대를 보강할 예정이라면서도 "(일부 언론이 보도했던) 전략사령부 전신으로의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략사령부가 어떤 개념이며 왜 그런지를 살펴봤다.
전문성과 합동지휘체계 필요한 전략자산…전략무기 보유국에선 흔한 일
2017년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 당시 현무-2 탄도미사일 발사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국방부는 2017년부터 킬 체인(Kill Chain, 현 '전략표적 타격'),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현 '압도적 대응'),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등 한국형 3축 체계(현 '핵·WMD 대응체계')를 통합 운용하는 부대인 합동전략사령부 창설을 검토했다. '합동(joint)'이란 2개 이상 군종, 즉 육·해군, 육·공군, 해·공군 그리고 때로는 육해공군 3군 모두가 같은 목적을 위해 활동하는 형태를 뜻한다.
대표적인 예로 합동참모본부(JCS)가 있다. 현대전은 육군 혼자만 잘해서도 안 되고, 해군과 공군도 마찬가지로 타군 도움을 받아야 하는 복잡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각군 본부를 총괄하는 참모총장(Chief of Staff, Chief of Naval Operation)은 기본적으로 인사와 군수, 훈련 등 살림을 맡는 군정(軍政)권만을 가지고 있다. 실제 상황에서 육해공군을 넘나들어야 하는 작전지휘, 즉 군령(軍令)권은 합참의장이 가지고 있다.
합참이 있는데도 별도 전략사령부 창설을 검토했던 데는 속내가 있다. 미사일이나 잠수함 등 전략무기는 공격은 쉬운데 방어는 어렵고, 은밀성이 높은데 파괴력도 크다는 특성상 국가전략에 입각한 도입·운용 그리고 실전에서도 국군통수권자의 직접적인 결심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총격 도발을 해 온다면 우리 군도 현장 지휘관 판단으로 바로 반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도발 원점을 현무 미사일로 타격한다면 이는 전혀 다른 문제로, 국가 차원에서 이익과 손해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야 하기에 군인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인 핵무기는 본래 '사용되지 않는 일이 목적인' 특이한 성격을 지닌 정치적 무기다. 꼭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전략무기들은 기술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으며, 전문화된 지휘체계를 따로 필요로 한다. 전략무기를 보유한 나라들이 대부분 이를 다루는 군종이나 사령부를 따로 두는 일은 우연이 아니다.
미 해군의 차기 탄도미사일 원자력 잠수함(SSBN) 컬럼비아급을 나타낸 그래픽. 잠수함 자체는 미 해군이 운용하지만, 여기에 탑재되는 핵무기는 전략사령부가 통제한다. 미 국방부 영상정보시스템미국은 핵무기와 전면 핵전쟁 계획인 SIOP를 전략사령부(STRATCOM)에서 맡는 구조다. 공군 핵폭격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모두 전략사령부가 관할한다. 유사시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결정을 하면, 국방부와 전략사령부가 절차에 따라 핵 발사를 준비하며 이는 대통령 이외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고유 권한이다.
러시아도 전략로켓군이 비슷한 임무를 맡고, 중국은 '제2포병부대(第二炮兵部队)'에 이런 임무를 맡겼다가 로켓군으로 개편했다. 북한은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조선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처음 언급됐는데, 이후 '전략군'으로 간소화됐다. 김락겸 사령관은 2017년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2형' 4발의 동시 발사로 진행하는 괌 포위사격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합동전략사령부 창설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다만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 결과, 전략사령부는 기존 군 조직과 중첩되고 군사력 건설과 작전 측면에서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결론이 났다고 전해졌다.
때문에 이 계획은 2019년쯤 백지화됐으며 대신 합동참모본부에 핵·WMD 대응센터를 두고, 여기에서 발전시킨 대응 개념과 결심지원체계를 통해 유사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그리고 합참의장 명령에 의해 미사일을 사용하는 쪽으로 체제를 유지했다.
그 미사일을 직접적으로 운용하던 부대가 바로 미사일사령부다.
미사일 말고도…우주, 사이버 등 '전략공간' 늘어나는데 우리 군은 후발주자
백지화됐던 전략사령부 관련 얘기가 다시 고개를 들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2021년 5월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 종료, 날로 증가해 가는 우주·사이버전의 중요성 등 여러 이야기가 얽혀 있다.
우리 군은 과거에 만들어진 미사일 사거리 지침으로 인해 2021년 5월 한미정상회담 전까지 사거리 800km로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제한받았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그 지침이 없어져 사거리 1천km 이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뿐만 아니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까지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지금은 어려울지라도 나중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내륙, 러시아 극동 지역 일부 등도 타격할 수 있게 되는데 전략자산이 늘어나면 그만큼 전문화된 지휘체계가 필요하다.
1985년 미국이 F-15 전투기에서 ASM-135 위성요격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미 공군 제공미사일이 더 발전하면 지상표적뿐만 아니라 인공위성 등 우주에 있는 표적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무기체계를 '위성요격무기(ASAT)'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적국 정찰위성이나 통신위성을 마비시키면 첩보 수집을 방해하고 지휘체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상대 지휘통신망과 IT 체계 등을 공격하는 사이버/전자전도 큰 위협요소다.
사이버 공격은 그 특성상 군사적 영역과 비군사적 영역을 구분하기도 힘들다. 특히 두 영역을 섞어 공격하는 '하이브리드전'은 러시아의 주특기인데 2008년 남오세티야 전쟁, 2014년 돈바스 전쟁에서 상대국 정부와 사회 등을 사이버와 여론공작 등으로 혼란에 빠뜨려 전쟁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조성렬 주오사카 총영사는 2016년 펴낸 책 '전략공간의 국제정치'에서 현대 전장이 이렇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략공간(핵, 우주, 사이버 등)으로까지 국가안보 관심 영역을 넓혀야 하고, 국가자원을 우선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며 "원자력 잠수함 개발 등 자주적인 원자력 기술능력을 확보하고, 우주개발 촉진을 위해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역 시절 미사일사령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핵·WMD 대응센터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사거리 지침이 없어졌으니 미래에 다가올 수 있는 우주와 사이버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합동전략사령부 창설이 필요하다"며 "미사일을 무기체계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우주를 열어가는 무기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내용을 지난해 2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물었고, 서 장관은 "추후에는 전략적인 개념과 자산이 운용되는 군(종), (또는) 합동전략사령부를 창설해서 (전략자산의) 통합적 운용도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고 답했다.
나중에 정말 '전략사령부' 되려면…합동성 강화, 육군 위주 구조 바꿔야
올 4월 개편될 미사일전략사는 일단 당장은 해공군 전략자산까지 통합해 운용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한 전 단계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물론 국방부는 부인하고 있다.
우리 공군이 운용하는 RQ-4 글로벌 호크. 연합뉴스육군과 해군, 공군은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 만큼 가지고 있는 전략자산도 다르다. 육군이 보유한 SRBM은 파괴력이 크고, 해군이 보유한 SLBM은 은밀성이 높으며, 공군이 보유한 F-35A는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은 채 적지 상공에 들어가 정찰과 타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RQ-4 글로벌 호크는 우리 영공에서 활동하면서 먼 곳을 정찰할 수 있다.
현재는 이런 전략자산을 운용하려면 합참에서 각군 작전사령부(미사일사령부, 공군작전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에 임무를 하달하고, 이 부대들이 지휘를 맡는 구조다. 하지만 각군 작전사령부는 평소에 합동으로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전에서 함께 일하는 일이 어색한 경우가 많다. 지휘체계에서 트러블이 발생하면 이는 작전 성패 그리고 장병들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합참 자체도 합동부대이지만 육군 비중이 높아, 실무자들이 기술군인 해공군 전력과 작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 왔다. 이는 전략사령부 계획에 대한 비판 가운데, 육군에 미사일이 많아 육군 비중도 커지기 때문에 다른 부서들처럼 '육방부'화될 우려가 크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최영함장 겸 청해부대장으로 임무를 지휘했던 조영주 퇴역 준장은 최근 펴낸 책 '아덴만 여명작전 현장 전투 실화'에서 "당시 합참 실무과장이 육군이어서 해군 작전을 잘 몰랐던 탓에 실전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 합참에서는 해군작전사령부가 직접 작전을 지휘하도록 했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이러한 '따로국밥' 성향은 차후 해군이 추진 중인 경항공모함 계획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배는 해군이 모는데, 항공모함의 존재 가치는 공군이 운용하는 전투기(F-35B)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합동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왜 해군 작전에 공군 전투기를 보내야 하느냐"는 식으로 자군 이기주의가 되기 십상이다.
지난해 8월 31일 오후 동해 남부 해상에 있는 영국 항공모함 HMS 퀸 엘리자베스에서 이함을 준비하는 영국 공군 소속 F-35B 전투기. 사진공동취재단영국 등 사례를 참고할 수도 있다. 영국 해군 항공모함은 전통적으로 공군 부대가 항공모함에 상주하며 작전하는 방식이다. 현재 운용하는 HMS 퀸 엘리자베스 항모에도 영국 공군 617비행대대가 상주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한국을 찾았던 퀸 엘리자베스의 제임스 블랙모어 항모비행단장(해군대령)은 취재진이 이같은 점을 묻자 "특별한 경우이긴 하지만 효율적이고 합동적인 체계"라며 "퀸 엘리자베스 또한 F-35B 전투기 지원에 특화돼 설계됐고, 첨단 스텔스기 운용에 필요한 체계도 잘 갖춰져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2008년에 공군에 파견을 가 비행대장을 맡은 경험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차후 미사일전략사령부를 합동전략사령부로 개편해 우주와 사이버 전력까지 운용하려면 현행 합동부대에서도 여러 파벌이 생기기 십상인 육해공군 '자군 이기주의' 타파가 급선무다. 필요에 따라 사이버작전사령부 등 전략공간과 관련된 기존 국방부 직할부대들을 통합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예 지금부터 합동부대로 편성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전략적 타격을 위해서는 전략적 수준에서 감시-지휘통제-타격체계가 구성돼야 하고, 위치·항법·시각(PNT) 위성시스템과 사전 표적식별 능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당장은 부족하더라도 합동부대로 편성해야 한다. 주변국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합동부대로 다시 바꾸려면 시간, 예산 등이 상당히 들어간다"고 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우리 군에서도 미사일 부대가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질 필요가 있고, 앞으로 전략을 수립하거나 작전계획(OPLAN)을 짤 때 미사일 중심이 돼야 한다. 전략 개념을 바꾸고 조직개편도 필요하다"며 "각군마다 이해관계가 다르니 쉽지는 않겠지만 육해공군이 가진 미사일, 정찰자산 등을 통합해 전략사령부를 만드는 일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각군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어떤 부대를 전략사 예하로 넣을지도 합의해야 하는데 현 정부 임기 안에는 시간이 없다"며 "3년 정도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데 이번 개편은 중요한 한 발짝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해공군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참여할지 고민도 하고 조직도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