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기가 휘날리는 북한 외무성 청사 앞으로 장갑차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북한이 1월에 실시한 7차례의 미사일 발사와 달리 2월 들어 최고인민회의 개최와 2월 16일 김정일 생일 80주년 행사준비 등 내부일정에 집중하는 가운데 외무성을 통해서는 미국의 행동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연달아 발신했다.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미사일 등 3대 핵미사일 전력의 보유를 거듭 주장하며 미국이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을 압박했다.
북한 외무성은 10일 이상림 조선-유럽협회 회장 담화에서 최근 미사일 발사 규탄성명을 낸 유럽연합을 비난하면서 미국을 향해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조선반도에서 긴장 격화의 악순환을 막자면 조선반도 문제의 직접적 당사자인 미국이 실지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이후 오늘에 이르는 근 4년간 저들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반공화국 합동군사연습을 수백차례나 벌려 놓은 것도 미국"이라며, "지금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떠들고 있지만 그것은 세계를 기만하고 적대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연막에 불과하며 역대 미 행정부들이 추구해온 적대시정책의 연장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을 한반도 긴장 격화의 직접적 당사자라고 규정하면서 대북적대시정책과 관련해 미국의 행동을 촉구한 대목이다.
이에 앞서 북한 외무성은 지난 8일 '위대한 담력과 배짱이 불러온 승리의 통장훈'이라는 글을 통해 "세계에는 200여개의 나라들이 있지만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까지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불과 몇 개 되지 않는다"며, "더욱이 미국 본토를 사정권 안에 두고 미사일 시험까지 진행하여 거대한 진폭으로 세계를 진감시키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오직 우리 국가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의 전략무기만이 아니라 1월 시험발사로 '대성공'을 주장한 극초음속미사일 보유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다만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실제 보유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중국의 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극초음속미사일이 목표물을 타격하려면 센서와 극초음속 비행 제어, 위성이나 무인 항공기 또는 대형 정찰기로부터의 데이터 전송 등 복잡하고 조율된 작업이 필요한데 그런 문제들이 모두 해결됐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미사일 보유를 기정사실화해 미국을 압박하는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재 북한의 무력시위는 지난 달 30일 화성 12형 발사를 끝으로 일단 잠잠한 상황이다. 그러나 오는 2월 16일 김정일 생일 80주년을 축하하는 열병식이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중국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면 북한이 1월에 집중했던 무력시위가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성장 센터장은 "북한은 중국 베이징 올림픽 이후 무력시위에 나서 3월 남한의 대선이후부터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까지 지난 1월처럼 집중적으로 각종 미사일을 발사한 가능성이 높다"며, 이 기간에 '북한의 예상되는 군사행동'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의 검수사격, 우주개발과 인공위성 개발을 명분으로 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대규모 열병식 개최 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