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기숙사 화재. 관악소방서 제공지난달 서울대학교 기숙사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당시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나온 가운데, 서울대가 평소 화재 안전 대비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났다. 화재대피훈련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불량 소방시설을 그대로 방치하기도 했다.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대 학생생활관(기숙사)에서 진행된 총 7차례의 화재대피훈련의 평균 참여율은 27%에 그쳤다.
2020년도 상반기에는 화재대피훈련을 실시하지도 않았다. '공공기관의 소방안전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국·공립학교 등 공공기관은 연 2회 이상 소방훈련과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최근 2년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화재대피훈련이 원격교육시스템 또는 유튜브 영상 시청 등으로 대체됐는데, 이마저도 참여율은 30%를 채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 6월 '불량 판정'을 받은 소방시설은 그대로 방치되기도 했다. 서울대는 당시 이뤄진 소방시설 기능점검에서 소화설비, 경보설비, 피난구조설비 등에 대해 불량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같은 해 12월 기능점검에서도 또 다시 지적됐다.
불량 소방시설의 문제점은 지난달 16일 서울대 기숙사 1층 비품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당시 여실히 불거졌다. 학생들은 "화재경보기와 대피유도등이 작동하지 않아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다", "문자 공지는 화재 발생 신고 후 30분이나 지난 뒤에야 받을 수 있었다", "화재 대피 메뉴얼이라고는 '화재 시 대피 요령'이라며 제공된 보여주기식 포스터 한 장이 전부였다"라고 밝혔다.
당시 화재로 총 100여명이 현장에서 대피하고, 16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 이송됐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이를 계기로 서울 시내 학교 기숙사 121곳에 대한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한편 서울대의 경우 2017년부터 올해 1월까지 총 11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조명희 의원은 "이번 화재 사건은 이전에 발생한 다수의 화재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화재대피훈련, 무방비한 시설 방치, 부실한 화재 대응 메뉴얼 등 서울대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화재안전점검은 학생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교육부 역시 각별한 관리와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