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동 전 국세청장. 연합뉴스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 전 청장이 '소 가죽을 산 채로 벗기는 행사'에 직접 참석해 후원금 전달식을 한 사실이 영상으로 확인됐다. 해당 행사는 윤 후보 캠프 측에서 활동해 논란이 된 '건진법사'의 소속 종파가 주최했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이 전 청장만 홀로 '무죄'를 받은 배경에 검찰의 '분리기소'가 존재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그 배후로 '이현동-건진법사-윤석열'의 연결고리가 지목됐는데, 이번 영상으로 이현동-건진법사의 관계가 실제 확인된 셈이라 윤 후보의 '봐주기 의혹'은 더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공개한 영상 자료에 따르면 이 전 청장은 '2018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 축제'에 참석해 '후원금 전달식'을 가졌다. 당시 행사의 후원사 중 한 곳 또한 이 전 청장이 설립한 '연민복지재단'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 제공당시 영상에 따르면 사회자가 이 전 청장을 소개하며 "연민재단은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지원으로 선진 복지사회 건설에 기여하고 불우노인 지원, 장애노인 지원, 불우청소년 지원을 매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단상에 오른 이 전 청장은 후원금을 여러 단체에 전달했다.
현재까지 의혹으로만 존재했던 '이현동→건진법사→윤석열'의 연결고리 중에서 '이현동→건진법사'의 관계가 실제로 드러난 셈이다. 건진법사 전씨는 윤 후보 캠프 내 '네트워크본부'에서 활동을 하다가 '무속인 논란'이 터지면서 돌연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전씨의 처남은 윤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했고, 전씨의 딸은 코바나컨텐츠에서 주최한 전시회의 사진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건진법사의 처남 김모씨. SNS 캡처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연민복지재단은 국고손실 및 뇌물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이 전 청장이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윤 후보 측과 연결되는 '접점'으로 지목되는 곳이다. 해당 행사에서 윤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 등의 이름이 적힌 연등들이 걸려 있는 것도 이번 영상 공개를 통해 확인됐다.
이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김대중 대통령 뒷조사'에 관여한 혐의로 2017년 하반기부터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했는데, 검찰 수사가 시작될 때쯤 해당 재단을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재단의 주소지와 연락처 등은 일광 조계종의 본산인 충북 충주시의 '일광사'와 똑같다.
재단 이사로 참여한 인물 대부분이 이 전 청장의 지인들로, 설립 출연금만 총 16억 5천여만 원에 달한다. 종합하면 이 전 청장 측이 거액을 들여 설립한 재단이 건진법사의 일광사와 주소지가 같은 등 사실상 '한 몸'이라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이후 이 전 청장은 1~3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하지만 대법원이 똑같은 사건을 두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다른 이들의 재판에서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드러나면서 '봐주기 의혹'이 일었다. 검찰의 '분리 기소'가 핵심 원인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단독]'이현동 무죄' 하나의 법원, 엇갈린 판결…수사 책임자 윤석열)
이 전 청장에 대한 수사는 201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담당했다. 당시 중앙지검장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3차장검사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었다.
이에 대해 윤 후보 측은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공소유지한 것"이라며 "봐주기 수사 의혹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 전 청장이 참석한 행사는 한 무속인이 소 가죽을 산 채로 벗기는 굿을 하면서 논란이 됐다. '충주시'와 '대한불교종정협의회'가 주관했으며 '한국불교 일광 조계종'이라는 곳에서 주최했다. '일광 조계종'은 건진법사 전모씨의 스승인 승려 '혜우' 원모씨가 창종한 종파로, 조계종 등 전통 불교와는 무관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