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속항원검사 키트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오미크론 대유행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코로나19 검사 수요에 고위험군 중심으로 실시했던 유전자 증폭(PCR) 검사 역량도 벌써 한계에 임박한 모습이다. 방역당국도 인적·물적 한계로 해결할 뾰족한 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고위험군에 속하는 확진자에 대한 조기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높아지는 양성률, 줄어드는 PCR 역량…'한계 임박'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1주일(9~15일) 하루 평균 PCR 검사건수는 58만 9150건→48만 3257건→57만 902건→54만 6608건→32만 4696건→28만 440건→65만 812건으로 하루 평균 49만 2200여건이다. 검사건수가 통상 줄어드는 주말을 제외하면 대략 56만 6천건이다.
방역당국이 당초 밝힌 하루 가능 검사 건수는 '80만건'이다. 겉보기에는 이 기준에 아직 못 미쳐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오미크론이 지배종이 되며 코로나 전체 검사자 중 확진 판정을 받는 비율인 양성률이 높아지면서 기존 검사 기법을 계속 사용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당국은 오미크론 유행 전까지 PCR 검사 중 80% 정도를 일명 '풀링'이라 불리는 취합진단검사 기법을 사용해왔다. 풀링 기법은 여러 검사 대상자의 검체를 섞어 검사해 음성이 나오면 전원 음성 처리하고 양성이 나오면 그때 검체를 개별 검사하는 방식이다. 주로 별다른 증상 없이 예방차원의 '선제검사' 등 양성률이 낮은 대상군의 검체 중심으로 시행해왔다.
하지만 오미크론 대유행과 함께 검사 대상자 5명 중 1명 꼴로 코로나에 확진될 정도로 양성률이 높아지자 일부 의료 현장에서는 풀링 기법 사용이 줄고 개별검사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여러 명의 검체를 한 번에 모아 검사하다 개별로 살피게 되면 하루 가능 검사 역량도 따라 줄어든다.
당국은 현재 검토하는 대로 선제검사만 풀링 기법을 유지하고 남은 검사를 모두 개별검사로 진행하면 PCR 검사 역량의 30%가 줄 것으로 본다. 즉 당초 기준대로는 하루 80만건이 가능했지만 오미크론 상황에 맞춰 전환할 경우 대략 56만건 수준으로 역량이 축소된다. 최근 검사건수를 고려하면 한계가 임박한 셈이다.
"역량 초과 시 치료 적기 놓칠 수도"…뾰족한 답 못 찾는 방역당국
서울시내 한 식당의 모습. 황진환 기자현재 유행 추세대로면 최소 10만명을 넘어 20만~30만명까지 확진자가 늘 것으로 예상돼 확진규모에 비례한 PCR 검사 수요의 폭증도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곧 한계 수준을 넘어 역량을 초과해 검사 체계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PCR 검사가 감당 가능한 역량을 초과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증세가 가벼웠던 환자의 '중증화' 차단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오미크론이 델타에 비해 위험도가 낮기는 하지만 고령층의 중증화 비중이 높아 여전히 안심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오미크론 감염 시 중증화율은 70대 3.1%, 80대 이상 8.6%로 델타에 감염된 40대(0.5%), 50대(1.5%), 60대(3.1%)보다는 유의미하게 높다.
오미크론 유행에 맞춰 PCR 우선 검사는 현재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 중심으로만 시행 중인데 이마저도 타격을 입을 경우 오미크론 대응 체계에서의 핵심인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 관리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의료계와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당국도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마땅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검사 역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시설, 장비 뿐만 아니라 검사가 가능한 의료진 등 전문인력도 필요한데 단기적으로 수요에 맞는 정도로 늘리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의료기관 인프라가 준비되고 이후 평가와 교육 과정도 이어져 검사를 하는 것인 만큼 단기적으로 검사 역량을 대규모로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며 "다만 1월 말까지 발표한 대로 80만 건으로 확대했고 85만 건을 목표로 차질없이 확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정확도도 높고 검사도 빠른 신속 PCR검사 도입 확대도 주장하지만 이 또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신속PCR 검사가 검체의 유전체 증폭 시간을 단축해주기는 하지만 전·후 과정에 체취하고 분석하는 시간은 별 차이가 없고 오히려 '풀링' 기법도 사용할 수 없어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미크론 유행에 예견된 대규모 확진…전문가 "미리 검사 역량 늘렸어야"
의료진이 사람들에게 채취한 검체를 검사소 바로 옆에 위치한 이동형 검사실로 옮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코로나19의 대규모 확진 상황에 대비해 역량을 확충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파력이 빠른 오미크론 특성 상 확진 규모와 검사 수요 폭증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렇게 대량 환자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PCR 역량을 보다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을 2020년 하반기부터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에서 해왔는데 이뤄지지 않았다"며 "특히 개별검사의 역량을 올려놨어야 하는데 주로 취합검사 형태로 역량을 늘려와 오미크론으로 양성률이 높아진 지금 더 문제를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