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1일 열린 TV토론에서 '공격 본능'을 한껏 발휘하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몰아세웠다. 최근 야권 후보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며 공세 모드로 전환한 안 후보에 맞서 윤 후보는 진땀을 흘리며 방어했지만 정책적 약점을 상당 부분 노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격 모드' 안철수, 윤석열 집중 공세…데이터경제·기준금리 등 전방위
안 후보는 시작부터 윤 후보를 정조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첫 TV토론은 경제 분야에 관한 주제를 다뤘다. 당초 안랩 등 기업 운영 경험이 있는 안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긴 했지만, 윤 후보를 향한 안 후보의 파상공세는 예상보다 더 거셌다.
안 후보는 초반부터 윤 후보가 '
디지털 데이터 경제' 공약을 언급한 점을 지적하며 질의를 시작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가 디지털 데이터 경제라고 말했는데, 거기에 핵심은 무엇이냐"고 물었고, 이에 윤 후보는 "5G라거나 데이터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이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 이것들이 전부 클라우드에 모여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웃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안 후보는 재차 "(윤 후보가) 말씀하신 부분은 하드웨어 쪽이지 데이터 인프라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황한 듯한 윤 후보가 "운용을 위해선 상당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고 답하자, 안 후보는 "그러면 정부의 데이터 개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캐물었다. 이에 윤 후보가 "정부 데이터는 공유할 수도 있는 것도 있고 보안사항도 있는 것 아니냐"고 답하는 과정에서
안 후보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부분에서 잘못된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작심한 듯한 표정이었다.
발언 기회를 다시 얻은 안 후보는 "국가 데이터 공개는 데이터산업과 인공지능의 근본이다. 정부에서 이런 것들을 전혀 공개하지 않으니 우리나라가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며 "
그런 부분에 대한 (윤 후보가) 확실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상 흐름 속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소상공인들에게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질의에서도 안 후보의 압박은 이어졌다. 안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금리를 올리게 되면서 동시에 확장 재정을 하게 되면 이것이 금리 인상 효과가 상쇄돼 더 많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돈을 갚지 못하는 그런 상황으로 몰리게 되는데 왜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에만 생겼다고 생각을 하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손실보상은 국가가 의무를 지는 부분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전반적인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취지로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이에 안 후보는 "(윤 후보가 질문의)
핀트를 못 잡고 계신 것 같아서 다시 여쭤보자면 지금 우리가 (금리 인상과 현금 지원 등) 서로 다른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된다"며 "재정을 확장해야 되고 그렇지만 재정 건전성을 확보를 해야 한다. 그러면 생각하시는 방법이 있냐"고 몰아세웠다. 윤 후보가 "어느 당국이라고 하더라도 여기에 무슨 일반적인 해답은 없다"고 답하자, 안 후보는
"아마 깊이 고민을 안 하신 것 같다"며 자신이 지난해부터 제안한 '코로나19 특별회계'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 후보가 안 후보의 경제 공약을 지적하며
"삼성전자도 애플처럼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도 안 후보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안 후보는 "제가 처음에 정부 데이터 공개 관련 언급한 것은 사실 빅데이터 기업"이라며
"빅데이터 기업과 플랫폼 기업은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그 둘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페이스북 등 여러 플랫폼 기업들이 이미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분야를 만들지 않으면 우리가 거기에 들어가 새롭게 사업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파상공세에 윤석열, 헛웃음 등 충돌 회피…양측 아전인수 식 호평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토론 내내 안 후보의 압박 공세에 시달린 윤 후보는 헛웃음을 짓거나 답변을 얼버무리는 방식으로 최대한 충돌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가 지난 20일 '후보 단일화' 철회를 선언하면서 일단 표면적으론 단일화 작업이 위기를 맞았지만, 다음달 4일 사전투표일 전까진 대타협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선 완주를 선언한
안 후보 입장에선 범야권 표심을 공유하고 있는 윤 후보를 최대한 압박해 지지세를 되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후보 단일화 협상을 둘러싸고 안 후보와 윤 후보의 '공격과 수비'라는 구도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윤 후보가 경제 정책과 관련해 무지한 모습을 드러내며 많은 약점을 노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오늘 토론은 경제 분야라서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가자는 논의는 있었지만, 안 후보가 생각보다 더 세게 몰아붙여서 놀랐다"며 "윤 후보의 답변에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인 것은 윤 후보가 정말 아무것도 준비가 안 됐다고 판단해서 그런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도 통화에서 "선거 운동 와중에 다시 토론을 준비하느라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
경제 분야는 아무래도 윤 후보에게 약한 부분이라 걱정은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심각해서 여론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날 토론에 대해 각 당 후보들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적임자로서 모습을 보여줬다며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평가를 내렸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토론은 누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무너진 경제를 다시 살릴 적임자인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며 "윤 후보는 우리 국민들이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비전과 함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 홍경희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산업 생태계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과 통찰력을 선보인 '빛'이라는 안 후보가 있다면, 경제에 무지한 거대 양당의 '그림자' 두 후보가 있었다"며 "후보 자신의 경쟁력 없이 거대 진영에 기댄 지지율로만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회한의 눈물로 5년을 보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