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사고 현장 모습. 고상현 기자제주대학교 기숙사 철거 과정에서 굴삭기 운전을 한 하청업체 대표 50대 남성이 매몰 사고로 숨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제주에서는 첫 안전 사망사고로 노동청에서 수사에 나섰다.
23일 소방 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0분쯤 제주대학교 학생생활관(지하 1층‧지상 3층) 1개동에 대한 철거 공사과정에서 굴삭기 운전자 A(55)씨가 매몰되는 사고가 났다.
12m 높이의 생활관 굴뚝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잔해가 운전석을 덮친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구조 작업을 벌였으나 A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현장에서 숨졌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A씨는 하청업체인 모 철거산업㈜ 대표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청인 모 종합건설㈜ 측에서 이날 철거작업을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철거 공사 첫 날에 벌어진 사고다.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6m 높이의 굴뚝 잔해가 떨어지며 A씨가 타고 있던 운전석은 형태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다. 굴삭기 주변으로도 굴뚝 잔해물이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온 A씨의 지인은 "같은 업종에 일을 하고 친구처럼 지냈는데, 친구가 죽었다고 하니깐 부리나케 현장에 달려왔다. 안타깝다"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매몰사고 현장 모습. 고상현 기자취재진이 확보한 원청의 건물 해체 계획 내용을 보면 먼저 유리 등 내부 수장재를 제거한 뒤 콘크리트 바닥과 지붕(슬래브)을 철거한다. 이후 철제 대들보, 벽체, 기둥 순서대로 해체한다.
하지만 공사 첫 날 굴뚝을 먼저 철거하는 과정에서 매몰 사고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인 모 종합건설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원래 계획은 건물 외벽 등을 먼저 부순 뒤에 그 잔해물을 굴뚝 주변에 쌓아놓고 굴삭기가 그 위에서 굴뚝을 해체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산재예방지도팀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최근 신설된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안전사고 전문 수사팀도 과실 여부 수사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제주에서는 첫 안전 사망사고로 수사가 이뤄진다.
산재예방지도팀 관계자는 "사고 경위와 현장 관계자가 누구인지 파악했다. 기본적인 조사를 했다. 앞으로 원청‧하청 관계와 안전계획서 이행 여부에 대해서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청의 철거공사 안전계획서에는 △위험작업 시 입회해 관리 △안전관리자 전담 배치 △11가지 개인보호구 착용 의무화 △작업 전 장비 및 구조물 점검 △안전수칙 철저 교육 등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