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재한 러시아인 주최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인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맞서 국내에 체류 중인 두 국가 시민들이 한 목소리를 규탄 집회를 열었다. 각각 집회를 연 이들은 모두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반전' 지지를 호소했다.
27일 오전 우크라이나인 등 250여명은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 분수대에서 집회를 열고,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했다.
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은 '전쟁 중단(Stop War)',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세요(Save Ukraine)' 등의 팻말을 들고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에 빗댄 피켓도 등장했다.
집회 전 취재진과 만난 유학생 마스가리타 자인츠코브스카(20)씨는 "어제 저녁 이후 가족들과 연락이 끊겼다"며 "전기와 물 그리고 식량도 모든 것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 가족들의 안위가 더욱 걱정된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내와 함께 한국에서 지낸 지 3년이 다 되어간다는 김세희(35)씨도 "가족들이 지하 벙커에 숨어 지내고 있는데 바깥에서 들리는 총소리에 공포에 떨고 있다"며 "러시아의 전쟁 범죄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제재를 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재한 우크라이나 공동체 선언문을 통해 "1941년 나치 독일이 공격한 이래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경제제재를 신속하게 부과해준다면 우크라이나에 많은 힘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대한민국과 같이 우크라이나는 주변 강대국들의 수많은 침략을 이겨내며 국권을 지켜왔다"며 "오늘날 선진국을 이룬 대한민국이 경제적 제재를 강화해 제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를 저지하는데 힘을 보태주길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 후보들에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올레나 쉐겔 교수는 선언문 낭독 후 "특정 단체가 아닌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개최한 집회"라며 "러시아의 공격을 멈추기 위해서는 한국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견을 마친 뒤 참석자들은 '우리 국민 살인을 중단하라', '푸틴 전쟁을 멈춰라', '우크라이나 만세' 등 한국어와 영어, 우크라이나어로 구호를 외치며 40분 가량 행진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재한 러시아인 주최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인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에는 재한 러시아인 등 70여명이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보신각 앞에 모여 전쟁을 일으킨 자국 러시아를 비판했다.
러시아 국적 이엘레나(35)씨는 "상당수의 러시아 사람들은 지금 푸틴 대통령이 벌이는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가 실은 매우 가깝다"며 "많은 러시아인이 전쟁을 반대하는데 러시아 언론이 이를 알리지 않아 양국 국민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토노바 인나(35)씨도"전쟁을 막기 위해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왔다"며 "러시아 사람들은 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쳤다
러시아 국적 A씨 또한 "한국도 전쟁을 경험했던 국가인 만큼 민주주의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 집회에는 우크라이나 국적을 가진 이들도 일부 동참했다.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하고 있는 안나스타시야 샤포바로바(25)씨는 "집회 참가 10분 전 어머니가 거주하는 아파트 폭격 소식을 접했다"며 "국제 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외치며 울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