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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가 된 동포" 재한 우크라인의 눈물…러시아인도 '동참'



사건/사고

    "포로가 된 동포" 재한 우크라인의 눈물…러시아인도 '동참'

    핵심요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나흘이 지난 27일 한국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은 "현지에 있는 가족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며 한국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가족과 연락이 끊기거나 지인이 전쟁 포로가 되어 실종되는 등의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한국에 체류 중인 러시아인들도 이날 "푸틴만 전쟁을 원한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한다"며 평화를 기원하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재한 러시아인 주최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인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재한 러시아인 주최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인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 저녁 이후로 가족과 연락이 끊겼습니다. 전기와 물 그리고 식량 모든 것이 부족합니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 상황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합니다"
     
    대전의 한 대학교에서 유학 중인 우크라이나 국적의 마스가리타 자인츠코브스카(20)씨는 모국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이 끊어졌다. 전쟁 발발 후 3일이 지났던 지난 26일부터다. 동시에 같은 날 러시아의 폭격으로 부모님이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시의 전기 발전소가 파괴됐다는 소식도 접했다. 그는 "어제(26일) 점심 때쯤 어머니와 마지막 통화 때 여전히 아파트 안에 계셨다"며 "전기와 물 그리고 식량도 모든 것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 가족들의 안위가 더욱 걱정된다"고 말했다. 혹여나 가족과 연락이 될까 휴대폰에 눈을 떼지 못한 채 거리로 나온 그는 가족 이야기에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에 접어든 27일 전국 각지에서 온 재한 우크라이나인 250여명이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현장을 찾은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참혹한 현 상황을 서로 공유함과 동시에 한국 국민에게 현 상황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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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함께 한국에서 지낸지 3년이 다 되어간다는 김세희(35)씨도 이날 현장에 나왔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인 헤르손에 있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이 지하 벙커에 숨어 지내고 있는데 바깥에서 들리는 총소리에 공포에 떨고 있다. 도로에는 탱크가 돌아다닌다고 한다"며 가족이 보내온 사진을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김씨는 "헤르손이 러시아 군에 의해 장악되면서 아버지의 친구가 포로로 잡혀 갔다. 현재 그 친구 분과 연락이 닿지 않아 모두가 안절부절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AFP 통신은 헤르손 지역이 러시아 군에 의해 완전히 포위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가족과는 연락이 끊기지 않았지만 언제 연락이 두절될지 몰라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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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지내고 있다는 우크라이나인 A(29)씨 또한 가족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A씨는 가족이 거주하는 수도 키예프에 러시아 군이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가족 걱정에 휴대전화를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거주지 건너편 아파트가 폭격을 당하는 장면을 아버지가 실시간으로 보고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며 "온 가족이 두려움에 떨며 아파트 지하에 피신해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피난 계획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A씨는 "우리는 도시를 지키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은 자발적으로 전장에 나서려고 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관심과 지원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부상당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한국 등 타국에서 의료 용품을 지원해준다면 정말 감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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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는 국제법도 무시하고 유치원과 학교, 병원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전 세계적 차원에서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할머니와 함께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드미트로 뷔(41)씨는 "대한민국 정부도 앞으로 러시아와 교류할 일이 많을텐데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이득은 곧 우크라이나의 희생과 피(를 의미한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을 진정으로 돕고 싶다면 러시아와의 교류를 멈추고 잘못된 전쟁 범죄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자베타 후시에바(19)씨 또한 "현재 러시아 군은 일반 시민까지도 타겟으로 삼고 무자비한 공격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공격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들에게 푸틴의 만행에 대해 알리기 위해 나왔다"며 "전 세계가 관심을 갖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한국에 체류 중인 러시아인들도 "푸틴만 전쟁을 원한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한다"며 평화를 기원하는 집회를 열어 목소리를 높였다.
     
    한 참석자는 "나는 러시아인이지만 이 전쟁을 반대한다"며 "범죄자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지만 내일은 어디가 될지 모른다. 당신들의 나라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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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러 이중국적자 이엘레나씨(38·여)도 집회 현장을 찾아 "러시아인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에 친척을 두고 있어 두 나라가 실은 매우 가깝다"며 "많은 러시아인이 전쟁을 반대하는데 러시아 언론이 이를 알리지 않아 양국 국민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때까지 매주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 국제민주연대와 참여연대 등 국내 시민단체도 오는 28일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하고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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